북한 당국이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黨) 대회를 앞두고 당에 대한 충성 독려를 통한 내부 결속을 꾀하려고 하지만, 정작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한 북한 주민들은 “당이 언제 밥 먹여준 적 있었나”라면서 무관심과 조소로 일관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과거 노동당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그곳을 떠나면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입당을 시켜주겠다고 해도 거부할 만큼 당의 권위와 위신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원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그냥 내가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과거엔 당의 방침만 따르면 누구나 행복하고 평등한 지상낙원에서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지금은 그런 선전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특히 외부 제재가 시작된 후 ‘생활이 다시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1990년대 말 대기근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장마당 세대’의 등장이 노동당 권위 추락을 가속화하게 했다. 북한의 배급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시장 장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이들은 그 어떤 혜택도 주지 않는 당에 충성은커녕 오랫동안 불만과 불신을 품어오고 있다는 것.
여기에 북한에서 부는 한류(韓流) 열풍이 장마당 세대들의 충성심 하락에 불을 지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보며 북한 당국의 허구성을 깨닫게 되면서 체제 선전을 믿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요새 젊은 아이들한테 ‘자발적으로 충성하라’고 이야기 하면 대놓고 웃는다”면서 “최고지도자(김정은)도 그냥 또래로 보는 아이들에게 ‘3살부터 총을 쐈다’는 교육이 과연 먹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당 간부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장마당 세대들의 눈에 간부들은 그저 시장에 빌붙어 부(富)를 축적하려는 존재일 뿐이다. 즉, 당 간부들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심부름꾼’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한 장마당 세대가 심지어 당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노동당에 입당하기 위해 밤낮없이 몸 사리지 않고 충성을 한다거나, 돈이나 뇌물까지 주면서 당원증을 얻으려 했다는 건 전부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면서 한 때 수령의 절대성을 상징했던 당은 이제 장마당 세대들로부터 “굳이 필요하냐”라는 말까지 듣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장마당 세대들은 당 대회 의미에 대해 무지할 뿐만 아니라 ‘70일 전투’ 등 각종 정치행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도 불만을 보이고 있다. 당 대회를 통한 김정은의 체제 안정화 전략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장마당 세대들은 이제 북한의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등 사회 전반을 구성하고 있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조직’과 ‘집단’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개인의 이익과 행복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을 확장시켜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공통된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