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마당서 日중고의류 한국産으로 둔갑한다는데…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 일본산 중고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된 채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관련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이야기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최근 통화한 북한 평안북도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의 최대 도매 시장인 평성시장은 물론 함경남도 함흥 사포시장과 국경지역인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도 일부 일본산 중고의류들이 한국산으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일본산은 중국산 의류와 비교해 옷의 재질이나 모양, 그리고 봉재 부분도 말끔해서 한국산이라고 해도 믿는 주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진행 : 북한 장사꾼들이 일본산을 한국산으로 판매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기자 :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산 제품이 유통되기 전까지는 일본산이 최고라고 인식되어 있었어요. 때문에 일본산을 굳이 한국산으로 둔갑시키면서까지 판매하는 까닭이 뭔지 저도 궁금해서 질문을 해봤는데 통쾌한 답이 나오더라고요, 한국산 제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지난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누구나 한두 벌은 갖고 있어서 일본산 제품이 지금은 한국산에 밀린다는 거죠.

시장에서는 한국산을 찾는 수요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북한 당국이 한국산 제품을 단속하고 있어 한국 상품이 시중에 많지 않아 공급자인 장사꾼들은 어쩔 수 없이 일본산 중고 의류 중 좋은 것을 골라 한국산이라고 속여서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의 한류사랑이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을 만들어냈네요, 그렇다면 현재 장마당에서 한국산으로 팔리고 있는 일본 중고의류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 네, 일반적으로 주민들이 쫄바지라고 부르는 바지는 북한 돈으로 13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중고는 3만 5000원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자바지는 11만 원에, 점퍼는 19만 원에 판매된다고 하더라고요, 또 중고 티셔츠는 개당 5000원에서 3만 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일본산을 최고로 생각했을 때는 가정에 일본산 제품이 있으면 잘 사는 집으로 인식이 됐었지만 지금은 한국산이 그 자리를 차지했어요. 때문에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장사꾼들은 한국산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았던 2007년에 한국산 샴푸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는 세수 비누나 세탁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이 보통이었던 시기여서 제 친구들은 한국 샴푸로 머리를 감는 저를 두고 무슨 구두약 같은 것으로 머리를 감았는데 머릿결이 빛이 난다면서 부러움 반 질투 반섞인 말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이후 점차 주민들 속에서 한국산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곤 했죠.

진행 : 그렇군요, 일반적으로 생산지를 표시하는 상표가 옷에 붙어 있잖아요. 그런데도 주민들은 왜 일본산 중고의류를 한국산으로 그냥 믿는 건가요?

기자 : 네, 정상적인 판매라면 의류뿐 아니라 모든 제품에 상표가 있어야 하지만 북한은 좀 특이합니다. 당국이 한국산이라면 무턱대고 통제하고 단속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상품에 붙여진 상표를 잘라버리고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했답니다. 그렇게 한국산 제품이라는 증거도 없애버리고 단속도 피해갈 수 있었죠.

단속을 하는 보안원들도 눈에 보이는 상표를 보고는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중고 옷이라고 해도 장사꾼들은 상표를 다 뗄 수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판매자들에게 질문하는 말 한마디로 한국산이 통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상표 없는 옷’입니다. 저도 2012년에 중국 밀수꾼을 통해 한국산 중고 티셔츠만 수십 벌을 북한에 들여보냈는데, 북한 주민이 상표는 다 떼고 보내달라고 해서 며칠간 상표를 떼는 작업을 한 후 보냈거든요, 그때 중고 옷을 받았던 여성은 장마당에 내가면 순식간에 다 팔릴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만큼 한국산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고 봐야겠죠.

진행 : 일본산을 한국산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자가 많다는 것으로 인식이 되는데요. 맞나요?

기자 : 당연히 그렇죠. 요즘은 소학교 학생들도 집에 한국산이 있으면 어께에 힘주고 다니는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한국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은 잘 사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결혼을 하는 신혼부부도 한국산 한두 가지는 무조건 갖추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저의 친구는 딸아이가 결혼할 때 한국산 한복을 결혼예복으로 입혔고 사위에게 한국산 시계도 선물해줬다고 하는데요, 그 덕에 딸이 시집살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잘 살고 있다고 하면서 ‘역시 아랫동네(한국) 상품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진행 : 한류가 북한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일본산을 한국산이라고 판매한다는 것은 시중에 한국산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요?

기자 : 일부 장사꾼들은 한국산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워낙 단속도 자주하고 잘못 걸려들면 뇌물까지 바쳐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감춰놓고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산 제품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주민들에겐 좋지 않은 일이겠죠? 또한 일부 장사꾼들은 당국이 한국산을 단속하기 때문에 대놓고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일본산 중고를 비싼 가격에 한국산이라고 속여서 판매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한국산 수요가 높은 것도 일본산이 한국산으로 둔갑되는 것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보는데요.

이 소식을 들으면서 북한 당국은 정말 주민들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국민통일방송을 들으시는 북한 주민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 : 한국산이라고 속여서 팔아도 될 만큼 일본산 제품의 질이 비슷하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 그렇죠, 사실 한국산이 본격 등장하기 전까지는 최고의 질을 보장한 상품이라고 인식될 만큼 일본산 제품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었는데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경지역에서의 밀수와 무역을 통해서 북한에 각종 한국산 제품들이 유입된 것이고,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커피믹스나 라면, 초코파이 등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산이 점점 밀려나게 됐었죠. 디자인이나 품질이 비슷하다고 해도 일단 한국산을 더 찾는다는 말입니다.

진행 : 네, 당국의 단속과 통제에도 북한 주민들 속에서 번지고 있는 한류열풍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여전히 쌀 가격은 5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다만 조금씩 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315원, 신의주 5420원, 혜산 552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1kg당 평양 1160원, 신의주와 혜산은 111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215원, 신의주 8205원, 혜산은 823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70원, 신의주는 1235원, 혜산 1240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000원, 신의주 11300원, 혜산 1115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400원, 신의주 7700원, 혜산에서는 78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000원, 신의주 6120원, 혜산은 5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