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잡지, 관혼상제 허례허식.미신행위 비판

“지금 일부 사람들 속에서는 아직도 관혼상제를 크게 하면서 숱한 사람들을 청해 놓고 봄내, 여름내 애써 가꿔 거둔 낱알을 수많이 낭비하고 있으며 술풍을 조장시키면서 먹자판을 벌이고 있다.”

23일 입수한 북한 여성잡지 ’조선녀성’ 4월호는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관혼상제를 간소하게 하자’는 글을 게재, 관혼상제에서 허례허식과 미신 행위 등을 신랄히 비판했다.

잡지는 “이런 현상들은 모두 남들한테 위세를 뽐내고 체면을 차리려는 낡은 사회의 생활관습으로서 아무런 의의도 없는 허례허식”이라며 “관혼상제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들을 철저히 극복하고 고유한 민족적 풍습을 살리면서도 간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잡지가 관혼상제와 관련해 비판한 대목은 ▲성대하게 치르는 것 ▲격식을 차린 제사 ▲손 없는 날을 보는 현상 ▲요란한 신부 치장과 옷 차림 등이다.

잡지는 우선 “관혼상제의 판을 크게 벌이지 말아야 한다”며 “여성과 여맹원들은 관혼상제를 쓸데 없이 크게 하는 현상들이 다 낡은 사회가 남겨 놓은 생활관습임을 잘 알고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제사에 대해 “복잡한 절차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자주 벌여 놓을 것이 아니라 청명날이나 추석날에 산소를 찾아 묘 앞에 꽃을 놓고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혼상제를 치르면서 “손 없는 날을 골라가며 대사를 치르는 미신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 북한 사회에 점 보기 등 미신현상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결혼문화와 관련해서도 “신부의 머리 위에 요란스러운 꽃 장식을 하거나 우리 민족 옷이 아닌 차림을 하는 것도 우리 식이 아니다”고 언급, 일부 특권층에서 나타나고 있는 면사포와 웨딩드레스 착용을 비판했다.

북한에서는 결혼식 날 신부는 전통 한복을, 신랑은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잡지는 결혼식에 대해 “어느 한 여성일꾼의 집에서는 자식의 결혼식 날 점심에 양켠 부모들이 한 집에 모여 신랑, 신부를 축복해 주고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앞으로 그들이 당을 따라 변함 없이 한 길 가는 애국의 대를 이어나가도록 고무해 주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를 “간소하고 소박하며 의의 있고 건전한 혼례”로 규정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