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자금 송금지 러·伊 택한 이유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 문제가 가닥을 잡아나가면서 새롭게 부상한 러시아, 이탈리아 송금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이 송금을 요청한 중국은행이 신인도 하락 등을 문제삼아 자금이체를 거부한 이후 한달여만에 동남아 송금설이 부상하면서 마카오의 북한 계좌주들과 잦은 거래관계를 가져온 태국 방콕은행이 유력한 송금지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다 BDA의 북한측 계좌주들이 계좌동결 조치 이후 거래계좌를 개설해놓았던 싱가포르, 베트남, 몽골 3국이 다시 송금지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러시아, 이탈리아로 낙착되는 분위기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30일 북한측이 BDA 자금을 러시아와 이탈리아에 있는 북한 관련 계좌로 이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송금진행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먼저 러시아는 6자회담 참가국으로 북한 핵폐기 프로세스가 BDA자금 송금 문제로 발목을 잡히자 자발적으로 송금 경유지로서 `총대’를 맸을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정치외교적으로 가까운 우방으로 6자회담 현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인 러시아가 대승적 차원에서 송금에 동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북아 안보질서를 마련하는 6자회담에서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속내도 숨겨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러시아는 애초 중국은행을 통한 제3국으로의 송금 방안이 논의됐을때 가장 먼저 거론됐던 나라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앞서 “위험부담을 안고서 북한이 돈을 되돌려 받도록 도와줄 은행은 북한과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의 은행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가 제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은행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체제에서 어느정도 자유롭다는 입장도 감안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2000년 1월 선진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과 수교한 나라로 서유럽 국가 가운데 대북관계가 가장 원만한 국가로 북한 자금 송금을 지원하는데 동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좌파 정권이 집권했던 시기 북한과 가까운 관계였다 북한의 각종 불법활동으로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으나 수교 이후 고립무원의 북한을 정치.경제적으로 지원해온 국가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 외무성, 재정성, 조선무역은행 등이 3년여전 이탈리아에서 금융분야 연수를 가진 적이 있다는 점도 북한이 BDA거래 포스트로 이탈리아를 점찍은 한 원인으로도 풀이된다. 지난달말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러시아와 이탈리아측의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은 가급적 `조용한’ 거래를 원하고 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자금송금 문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유로화 송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은 양대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 유로화 거래를 통해 국제금융체제에 완전하게 편입하고자 하는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 이탈리아로 송금이 성사됐는지 여부는 아직도 단언키 어렵다. 이들 국가와 북한의 우호 관계에도 불구하고 송금지원에 대해 차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보증, 또는 양해 여부가 이들 국가가 송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