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입장 재확인한 韓美中日 대표회동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북핵 6자회담 4개국 수석대표들이 5~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쇄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에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결국 강경 자세로 돌아선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한 채 끝이 났다.

한국과 미국, 일본 수석대표가 5일 베이징에 집결함으로써 중국을 포함한 4개국이 잇따라 회동했지만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6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던 북한 측과의 회동은 결국 무산되고 만 것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낮 서울로 돌아갔고 일본 측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전날 귀국했으며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역시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김 부상이 3개국 수석대표의 베이징 회동을 알면서도 오지 않은 것은 북한이 핵 시설 복구에 나서는 등 북핵 국면을 대결구도로 끌고 가기로 방향을 틀고 6자회담 당사국간 회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방중 기간 힐 차관보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검증 활동 착수를 요구하지 않고 검증 프로토콜(요구안) 수용을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했음에도 “검증 없는 신고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북한을 여전히 압박하는 것은 북미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타협이 쉽지 않을 것임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개국 수석대표의 방중 기간 북한이 불능화가 진행되던 영변 핵시설의 복구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오면서 북핵 외교가를 더욱 긴장시키기도 했다.

미국 폭스뉴스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에 붙여놓았던 봉인을 제거한 뒤 파이프와 밸브 등을 삽입하고 있다고 미국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봉인을 제거하는 등 추가 조치에 들어갔다는 정보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4개국 수석대표들이 연쇄 회동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긴장만 고조시킨 셈이 된다.

이번 회동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는 데는 실패했지만 목적 자체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일 3개국이 힘을 모아 검증 프로토콜의 수용을 북한에 재차 촉구하고 중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대한 다짐을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임을 기정 사실로 놓고 한국과 미국, 일본이 검증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이란 것을 강조하고 의장국이자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 중재 역할을 촉구하는 것이 이번 회동의 주요 목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정 하에서라면 이번 회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채 끝이 난 것이지만 앞으로 6자회담 진전과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받은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함으로써 중재 역할을 다할 수 있을 지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고비 때마다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해 온 중국이 이번에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지 북핵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미국의 부시 정부와 대화할 생각을 접고 차기 정부를 겨냥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국의 중재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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