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프라 박사 안병민 센터장

“이제는 단순히 남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는 교통망을 생각할 때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은 철도와 도로 등 북한의 인프라에 관해선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출범 때부터 교통연구원에 몸을 담은 그가 북한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중반 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의 아시아횡단철도(PAR) 프로젝트에 한국측 국가전문가로 참여하면서다.

북한 인프라에 대한 전문가가 없던 당시 그는 ESCAP 프로잭트에 이어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유역 개발계획(TRADP) 사업에도 참여했다.

안 센터장은 “두 사업에 참여하면서 북한의 철도와 도로망에 대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며 “처음엔 북한의 인프라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어 북한의 원전 자료를 찾아가면서 퍼즐 맞추기 식으로 연구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일본 등에서 나온 북한 인프라 관련 자료와 북한 원전 자료를 확인하며 북한의 철도.도로망을 표로 만드는 데만 2∼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

이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 경의선 연결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정부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삼지연 공항 개발 계획, 자원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계획,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계획 등 북한과 관련된 교통망 구축 계획에는 빠짐없이 참여하게 됐다.

특히 2004년엔 남북한과 러시아간 3자 철도전문가 회담에 남측 대표로 참석해 북한의 철도성 부국장 등과 협상을 갖기도 했다.

실사 등의 목적으로 북한을 25번도 넘게 방문했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은 평양을 주로 갔겠지만 저는 함경북도 회령시, 청진시, 함경남도 단천시 등 산간 오지를 다녔다”며 “북한의 교통망 실태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자인 저는 복을 받은 셈”이라고 웃었다.

안 센터장은 작년에는 남북간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주관한 북한내 지하자원 공동조사에 참여했다가 8월 홍수 때문에 25일간 광산촌인 단천지역에 밝이 묶이기도 했다.

“당시 먹고 자는 데 다소 불편은 있었지만 북측에서 최대한 배려해줬습니다. 북쪽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홍수라는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는 작년 12월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북한 전 지역의 교통망 실태를 직접 둘러보는 기회도 가졌다.

북한의 교통망 실태에 대해 그는 “철도는 시속이 최하 40㎞는 돼야 하는데 북한은 15∼20㎞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이 상태가 10년정도 간다면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사람처럼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고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든, 아시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든 이제 정부는 한반도를 전체로 놓고 교통망 건설 계획을 짜는 게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인프라 사업은 경제성으로만 추진할 사안이 아니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역할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북한의 원료 생산지나 소비지를 중심으로 남한의 교통망을 연계하면 남북한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컨소시엄 형태로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동해쪽 출구가 막혀 있고 대련쪽 물류비가 비싼 만큼 수송로 확보가 시급하고, 러시아도 극동지역의 항만이 낙후해 북한쪽 항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주인 남한과 일본의 입장에서도 북한을 관통하는 형태의 교통로 확보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 만큼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라는 회담틀이 있는 만큼 이 회담이 컨소시엄을 만드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남북간 인프라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우선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남북한이 60년 이상 서로 다른 교통망을 구축하고 유지해 오면서 차이가 적지 않다”며 “용어만 해도 북한에 가서 북쪽 전문가들과 협의하다 보면 서로 사용하는 용어의 60%가 달라 의사소통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쪽과 교통 및 물류관련 용어를 표준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 멀지 않은 장래에 활발하게 벌어질 남북간 공동조사 사업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