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NGO 문어발식 사업확장 결국 ‘毒’ 된다”








NDI가 올 여름 진행한 해외연수프로그램에 참석한 NGO활동가들 모습. 사진은 캄보디아 킬링 필드 현장 답사 모습/ 사진=NDI

한국에서 북한인권 NGO들이 활동을 시작한지 길게는 15년 짧게는 10여년에 이른다. 참혹한 북한인권 실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이들 단체들의 활동은 현재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년에 걸친 활동에도 불구하고 단체 활동과 힘을 키울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북한인권 실현이라는 순순한 열정만으론 효과적이며 파급력 있는 활동을 벌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NGO들의 전문성 향상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미국 국제민주연구소 (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NDI) 한국사무소 석경화 대표를 데일리NK가 최근 만났다. 석 대표는 북한인권 활동가들의 순수성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향후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성을 통한 단체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DI는 북한의 민주주의, 인권상황 개선과 탈북자 정착지원 업무를 하는 NGO 활동가들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올 3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 여름 젊은 활동가 13명이 캄보디아에서 관련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했다. 


석 대표는 “북한을 위해 활동하는 NGO 활동가들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NGO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구성되었는데, 하나는 기존 NGO 대표분들의 네트워킹과 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20~30대 청년 활동가들의 역량강화와 혁신에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좀 더 확장되고, 깊이 있고, 또한 한국현지의 상황에 맞춰진 것으로, 강의, 워크숍, 회의, 해외답사 여행과 기금마련 등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단체 운영에 필요한 실무내용들인 캠페인 진행방법, 기금모금 방법, 회원모집, 인턴관리 등을 담은 전문가 강의, 해외연수, 기금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 등 현직 활동가들 뿐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석 대표는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캄보디아 쿠메르 루즈시기 킬링 필드 대학살을 재현 해 놓은 박물관을 갔을 때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생각났다”면서 “북한을 위해 활동하는 NGO 활동가들에게 북한이 열리고 개혁해가는 과정에 이러한 인권 침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특히 현재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조언했다. “탈북자 출신 젊은 활동가들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증언자로서 역할을 주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되고 오랜 경험을 가진 인권 활동가들과 교류하고 공부를 해서 지식도 습득해 전문성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증언자로만 남을 수는 없다. 지금 쏟아지는 관심에 일희일비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 전부가 활동가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기 인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활동가가 되면 부자가 되거나 안락한 생활은 기대할 수는 없다. 활동가가 되려면 먼저 신념이 있어야 하고 신념을 따라 움직이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의 기구가 NGO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석 대표는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을 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면서 “탈북자 개개인의 성공적인 정착은 이들 중 일부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정부가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차피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시민단체들이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단체가 어렵다고 해서 일관성 없이 기금만 바라보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사업 영역의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도 단체에게는 독이 된다. 힘들어도 단체 활동목표를 분명히 하고 일관성 있게 가야 전문성을 인정해 준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는 미래 시민활동가를 꿈꾸는 젊은 탈북자들에게 더 기회를 주고자 한다. 물론 지금 이 프로그램이 당장에 열매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10년, 20년 후에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인권단체, 北인권 얘기하면 만나지 않으려고 해”


석 대표는 북한인권 NGO들과 한국 사회 인권단체들 간의 협력을 중재하려 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진영 인권단체들에 연락했다. 협력을 하고 싶어서 여러 번 노력을 했지만 끝내는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하면 만남 자체를 꺼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인권 문제는 좌우가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얘기해야 한다. 인권을 이념과 묶어서 보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나와 대화하고,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각자가 잘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다행히 진보진영에서도 조금씩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어떻게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다. 석 대표는 미국 AP통신 한국지국에서 특파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9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한 토종 한국인이다.


그는 “90년대 초에 대학교를 다니면서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는 누구나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다.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인권문제들이 산재했고, 대학생 신분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혜택 받은 계층임을 의미하며, 그에 따르는 사회적인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 언론사에 있으면서 기사를 쓰는데 자연스럽게 북한에 관련된 소식을 많이 다뤘다. 그리고 기사를 통해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후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에서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있는 국제인권단체인 HRW에서 8년 반 동안 근무했다.


“인권단체 중 휴먼라이츠워치가 좋았다. 조사 연구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기자경험을 살려 홍보실에 들어가 단체 홍보 일을 주로 했다. 홍보실 소속이긴 했지만 휴먼라이츠워치에서는 제가 북한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북한 관련 보도자료를 낼 때 도와줬다. 당시 휴먼라이츠워치에는 북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현장에서 피해자, 목격자, 가해자들과 심층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휴먼라이츠워치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내부에서 논의가 점점 진행되면서 저한테 북한인권 조사를 해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와 결국 한국에 다시 돌아와 북한인권 조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사실 처음 조사를 계획 할 때 남한의 인권문제도 함께 조사하고 싶었다. 남북한 인권을 다 다루고 싶었지만 남한과 북한 인권문제를 리스트로 만들면 한국 문제들은 나중으로 밀렸다. 한국은 이미 활발한 시민사회가 형성이 되어 있고, 기존 인권 단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휴먼라이츠워치가 북한 인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


NDI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시민단체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과 선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이사회 회장으로 있고, 대부분의 예산이 미국정부로부터 나오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비정부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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