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해결과정, 아시아 인권문제 교훈될 것”

▲ ‘바스피아’의 이혜영(오른쪽), 서대교 대표 ⓒ데일리NK

2004년 겨울. 법학과 고고학을 공부하고 싶던 20대 후반의 젊은이 두 명이 재중(在中) 탈북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단둥, 심양, 연길과 동북3성 지방에서 보낸 열흘의 시간은 이들의 진로를 바꿔놓는 전환점이 됐다.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주년 기념식을 가진 바스피아(BASPIA·아시아 BAS 프로젝트). 2004년 탈북자들을 찾아 동북 3성을 누볐던 이혜영(31), 서대교(30) 씨가 창립한 단체다. 바스피아는 아시아 지역의 ‘인권과 개발의 조화’를 위해 활동하는 중간지원조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BAS는 ‘담요(Blanket)’와 ‘스펀지(Sponge)’의 합성어로 담요는 실질적인 도움을, 스펀지는 갈등 해소를 뜻한다.

인터뷰는 27일 오후 여의도 바스피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혜영 대표의 첫 마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서 대사관에 뛰어드는 탈북자의 모습이나 움막에 숨어가는 모습만 봐왔는데 막상 중국에 가보니 그 분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으로 꿋꿋이 살고 있었다.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도 발견했다. 이분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탈북 여성을 위한 단체를 만들까 고민도 했지만 북한의 문제는 아시아의 문제에 속하기도 하고, 아시아 인권 운동의 경험과 교훈을 북한 문제에도 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시아 지역의 인권에 주목하는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했느냐가 아시아 지역에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 이후 양심이 깨어났다고 얘기한다. 또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과정은 국제사회의 인권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대교 대표는 초등학교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닌 재일교포 3세이다.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하나원을 방문해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란 나라에 대해 기억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김정일이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조총련계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인권과 사람의 삶이 무엇인지, 또 한반도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서 대표 역시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삶을 직접 목격한 뒤 현장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다. “2002년 도쿄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국제회의가 있었는데 스텝으로 참여하게 됐다. 나름대로 북한인권에 관심 갖는 사람도 많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도 많아 이제 곧 세상이 변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중국에 가보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밖에서 아무리 활동을 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북여성 문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이 대표는 사실상 결혼의 형태로 중국에서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안정된 삶의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중국 당국이 탈북 여성들에게 거주권을 주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이런 조치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이런 변화가 생겼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생존을 위해 싸워온 북한 여성들의 인고의 세월 덕분에 얻어진 결과이다.”

▲ ‘바스피아’ 창립 2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바스피아 제공>

“장기 체류 여성들은 어느 정도 삶의 터전을 일구고 계신 분들이 많고 호구나 안전 문제만 확보되면 가정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고 얘기하신다. 정말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기체류한 사람들은 그 지역 사회에 통합된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족관계를 존중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대표는 탈북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여성운동의 노하우가 결합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한국의 이주여성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탈북 여성들도 신분이 불법이고 이주 여성으로 겪는 일상적 문제들을 겪고 있다. 그런 문제를 다루는 여성단체들도 많은데 자신들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결합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또한 탈북 여성들의 한국 정착에 여성 단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탈북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북한이 어떤 나라이며 중국에서 나는 왜 이렇게 살았는가를 스스로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고 정치적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야 말로 이분들의 적응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자신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이분들이 나중에 한국에 온 탈북자 후배들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 대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쏟고 있는 일본에서도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일본에서는 안보나 납치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 정권과 주민들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하는 일도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바스피아는 2주년 기념식에 맞춰 2기 출범을 선언하며 ‘인권과 개발의 조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인권과 개발의 조화라는 부분은 국제사회에서 10년 넘게 있어온 이야기인데 한국사회에서는 생소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자체도 어려웠다. 그동안은 대북 지원을 하는 단체와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단체가 원수처럼 지냈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키는 것이다. 서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데도 일하는 방식에 따라 분야에 따라 말이 안 통한다.”

“그래서 단체를 만들 때 인권과 개발의 조화를 내세웠다. 인권과 개발의 조화 과점에서 보면 결국 개발이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는 것에 목표가 집중될 수 있다.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개발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지면 선택이 폭이 넓어질 것이다.”

“탈북 여성 문제 또한 빈곤 문제와 인신매매, 심리적 폭력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한 단체의 접근만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권에 기반한 접근’은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으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 언어를 갖게 해줄 것이다. 바스피아는 이 단체들 간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데 힘을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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