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노래하는 모임 <햇살>은 12월 8일~1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북한인권국제대회-서울>의 주제곡을 21일 국제대회 준비위(www.freenk2005.com)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곡은 국제대회 첫 날인 8일 저녁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환영만찬과 10일 청계광장 북한인권개선 콘서트에서 선을 보인다.
‘유리병’이란 제목이 붙여진 이 노래의 가사는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의 ‘광인일기’ 서문에서 따왔다.
가령 말일세, 쇠로 된 방이 있다고 하세. 창문은 하나도 없고 절대로 부술 수도 없는 거야. 안에는 깊이 잠들어 있는 사람이 많이 있어. 오래잖아 숨이 막혀 죽고 말거야. 혼수상태에서 그대로 죽음으로 옮겨 가는 것이니까. 빈사의 괴로움 따위는 느끼지 않을 거야. 지금 자네가 큰 소리를 질러 다소 의식이 또렷한 몇 사람을 깨운다면 이 불행한 몇 사람에게 결국 살아날 가망도 없이 임종의 괴로움만 주게 되는데, 그래도 자네는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미 눈 뜬 사람이 몇이라도 있다면 그 철로 된 방을 때려 부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세
이 노래에는, 북한의 주민들이 유리병 안에 갇힌 사람들이라면 그 안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마지막 한순간까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애초에 ‘깰 수 없는 유리병’이란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으며, 한 두 사람이라도 눈 뜬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의미 또한 담겨있다”고 노래를 작곡한 노래모임 <햇살> 리더 박선례씨는 소개했다.
아래 ‘유리병’ 다운 받기를 누르면 <서울-북한인권국제대회>의 주제곡 ‘유리병’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
대학 다닐 때는 흔히 말하는 운동권 출신으로 노래패에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고, 북한인권 문제를 노래로 알리기 위해 ‘햇살’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그동안 북한인권과 관련한 노래를 여러 곡 만들기도 했었는데, 마침 국제대회 준비위 활동을 돕게 되면서 참여하게 됐다.
– 그동안 만들었던 북한인권에 관한 노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간 작곡했던 곡들은 북한인권운동을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가사도 직설적이고 격정적인 리듬도 많이 사용했다. 반면 이번 노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잘 모르는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편한 분위기로 만들어봤다.
– 노래에 담긴 뜻은
노래를 작사해주신 분이 ‘루쉰’의 글을 보내주며 이런 감정을 살려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곡에서 최대한 그러한 느낌이 살아나도록 노력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알고도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은 양심에 어긋난 행동 아닌가. 쇠창살을 뜯어낼 수 있을지, 유리병이 깨질 수 있을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온갖 변명을 갖다대며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한국 사회 많은 지식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 노래를 함께 만든 사람들은
대학 때 함께 노래하며 운동했던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은 각자 사회에서 자신의 일들을 하고 있지만 행사 취지를 공감하고 동참해 줬다.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면에서 어려운 면도 따랐지만, 같이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 그간 북한인권과 관련한 많은 노래들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팬이라도 생겼는지
(웃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노래들은 아니다보니까 아직까지 큰 호응은 없다. 다만 탈북자분들의 심정을 담은 ‘두만강’이나 ‘고향생각’ 같은 곡들은 감동적이었다는 얘기를 가끔 듣곤 한다. 영상물에 쓰인 노래를 듣고 눈물을 쏟았다는 어느 탈북자분의 얘기를 전해 듣고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 국제대회에서 이 노래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다른 것 있겠는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좋겠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 가운데 열리는 국제대회의 주제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DailyNK 독자들도 이 노래를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