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전담부서 안만든 통일부, ‘北 눈치 그만’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략이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외교부 박인국 다자외교실장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 기대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의 조직개편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기대는 거품처럼 느껴진다. 대통령은 북한인권을 말하는데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엇박자를 낸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모양새다.

북한인권과 관련한 통일부의 새로운 직제개편이 그렇다. 개편을 앞둔 통일부의 부서 명칭 어디에서도 ‘북한인권’이라는 말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 정부 조직의 부서 명칭이 주는 상징적 의미는 중요하다.

그동안 북한인권단체들이 수차례 ‘북한인권전담부서’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도 제대로 된 북한인권정책조차 없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전담부서가 없었던 과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납북자 및 국군포로를 비롯한 북한인권문제를 담당할 부서가 인도협력국 內 ‘인도협력기획과’로 알려지고 있는데 과연 ‘인도협력기획과‘가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북한인권전담부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도협력기획과’는 명칭에서 오는 애매모호함이나 역할적 측면에서의 제한성 때문에 ‘북한인권전담부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 또한 독립성과 책임성도 없는 애매한 명칭의 부서에 끼워넣기식으로 북한인권문제를 다룬다면 제대로 된 북한인권전담부서라고 할 수 있겠는가.

통일부가 아직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직제에 인권이라는 말을 쓰면 북한과의 협상이 어렵다느니, 실질적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느니 하는 과거식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인도협력기획과’가 아니라 일명 ‘북한인권과’라고 명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직제개편안은 누가,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의도적 회피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앞서서 실천했던 통일부 고위 공무원들의 햇볕마인드가 아니고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직제이다.

인적 쇄신 없는 통일부에 북한인권문제를 맡기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의 직제개편이라면 통일부는 북한인권문제를 다룰 자격도 자질도 없다. 또한 자리보존을 위해 “북한인권문제는 조용하게 해결하자”고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사람들에게 ‘북한인권 태스크포스트팀’을 맡겨서는 더더욱 안되겠다.

이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인권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인권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잘못된 인식으로는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지난 10년이 증명해 주지 않았던가.

통일부는 최근 외교부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입장을 발표하는 데 있어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입장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 통일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함에따라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오고 있는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통일부가 환골탈태의 마음가짐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정책의 중요한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통일부 존재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신임 통일부 장관이 새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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