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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겸 명지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이인호(68) 교수는 한국 최초의 여성대사로서 핀란드 대사와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 혼란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한 이 교수는 북한인권국제대회 공동대회장을 맡고있다.
24일 오전 국제대회 개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교수를 만나 북한인권운동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이 교수는 학자로써 연구활동에 전념하며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절박한 북한인권문제를 더이상 외면할 수가 없어 공개적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고, 한국사회가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회장을 맡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좁은 의미의) 정치적 활동은 피하려고 했고, 지식인으로써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는 우리가 너무 냉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항상 좋지 않았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 쪽의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절박하다는 사실에 가책 같은 것을 느끼게 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북한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름 내미는 사람들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돕게 됐다.
– 아직 한국사회 내에서는 북한인권문제가 민감한 사안인데
이 문제는 만만치 않은 일이고, 정부 일에 직접 영향을 행사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북한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효과를 내야지, 호기심을 채운다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야에 상관없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제기 했어야 했는데 남들이 밖에서 제기한 것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이번 회의도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시작한 것이라 미국의 앞잡이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질문으로는 핵심적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 이제는 같은 민족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검토할 때이다.
– 이번 대회가 미치게 될 영향으로는
북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통일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평화공존과 통일을 위해 어떤 상황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통일의 목적은 남북한 동포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잘 알아 한다. 절박하게 죽어가는 북한사람들의 현실을 한국사회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인권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공식입장이 냉담할 수 밖에 없다는 데에 마음이 아프고 인간으로써 죄의식이 느껴진다. 외교관을 지냈던 사람으로서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어떨지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 올바름은 정치적 민주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