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외면하며 ‘버마 인권’ 말이 되나?

▲ 12일 저녁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 ⓒ데일리NK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식’ 후반부에 행사참석자 공동명의로 작성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낭독됐다.

메시지는 “아직도 세계 여러 곳에는 전쟁과 분쟁, 독재, 잔혹한 학살행위 등 민주주의와 인권이 억압받는 곳이 많이 있다”며 “이런 곳에 하루속히 화해와 평화, 민주주의가 증진 될 수 있도록 반기문 총장의 역할과 노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짐바브웨의 민주적 정권교체, 버마의 군사독재 종식, 수단 다르푸르의 인종말살 행위가 종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 및 유엔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15남북정상회담’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한 이날 행사에서 독재국가들의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메시지 전달’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메시지에는 8년 전 6․15선언과 다를 바 없이 북한인권문제만 쏙 빠져있다는 점에서 변함없는 ‘햇볕정책’의 이중성이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분단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선택이 지난 8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의 문제는 평가주체에 따라 너무도 결과가 상이하다.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남북교류의 확대가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남북간 상호주의적 접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남한의 ‘퍼주기’ 정책을 배경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선군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대남적대정책이 더욱 거칠어졌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논쟁에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주체가 누구냐’라는 점이 반드시 상기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주체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7천만 남북 주민들이며, 평화를 향유할 권리도 7천만 남북주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절반 북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지수는 지난 8년간 세계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종교․자유․언론․인권 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최악의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낯 뜨겁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김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북한주민들의 고통지수에 대해서 평가 자체를 회피했다. 그래서 버마와 수단, 짐바브웨의 문제에 대해 반기문 유엔총장의 분투를 요구하는 그들의 메시지는 차라리 ‘위선’처럼 느껴졌다.

햇볕정책 8년이 만들었다는 한반도 평화를 도대체 누가 누리고 있다는 것인가?

‘햇볕’이 만든 또 다른 ‘그늘’은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의 고통에도 있다.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납북자 가족들이 ‘길바닥 시위’를 벌였다. 구호를 외칠 힘도 없고 촛불을 흔들어 댈 유행 감각도 없는 시골 노인들은 그냥 길바닥에 주저앉아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금강산 관광 하지말자는 것도 아니고, 개성공단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닌데, 왜 생사확인도 안 시켜주냔 말이여? 죽었으면 죽었다, 살았으면 살았다, 그게 뭐가 어려워? 정부가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남북회담을 하고, 비전향장기수들도 다 북한에 보내줬는데 도대체 잘된 게 뭐가 있어? 그러고 제 잘났다고 저렇게 모여서 떠들어?”

최소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아직 축배를 들어선 안 된다. 햇볕정책의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납북자 가족의 눈물은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