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앞장선 486 인사들 정치와 맞짱 뜬다

선진화와 북한인권 개선을 모토로 내걸고 활동해 온 486세대 인사들이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진보 좌파진영에 비해 한나라당 같은 보수 우파진영에는 486세대 시민운동가 출신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치 도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홍재 은평갑 한나라당 예비후보./최홍재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제공


은평갑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최홍재(44) 은평희망포럼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조국통일위원장을 거친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접하면서 좌파 학생운동에 헌신했던 그는 1990년대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일어난 사실을 접하고 북한민주화의 길에 뛰어 들었다. 그의 전향은 고려대 학생운동 출신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는 출마를 앞둔 상황에서도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구출을 위해 대장정을 진행했다. 최 대표는 대장정단 단장으로 경남 통영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까지 23일간 1700리(670km)를 걸었다. 대장정단이 거치는 도시마다 신숙자 모녀 송환을 비는 노란손수건이 걸렸다. 


그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한국 민주화와 인권실현을 위해 20대를 바쳤다. 2000년부터는 북한의 인권실현과 평화통일을 위해 30대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고집스런 외길을 걸어왔기에 (앞으로) 지순하게 정치개혁을 해 나가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최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은평갑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중진인 이미경(4선) 의원이 세 차례 연속 당선됐다.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486 시민운동가 대 중진 여성 정치인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선은 신구대결, 여야대결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잘 수행할 사람이 누구냐의 대결”이라며 “국민의 명령은 정치쇄신”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보자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구태(政治舊態)청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관악을 출마예정자./데일리NK 자료사진

하태경(44) (사)열린북한 대표도 관악을에 도전장을 냈다. 하 대표 역시 과거 전대협 간부 출신으로 골수 주사파 운동권이었다. 고 문익환 목사가 주도했던 ‘통일맞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난 이후 북한인권 투사로 전향했다. 


국내 한 대기업에 잠시 몸 담았던 그는 열혈 운동가의 끼를 억누르지 못하고 재차 운동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열린북한방송이란 민간 대북방송사를 만들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인권 개선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상하는 ‘대한민국인권상’도 수상했다.


관악을은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하다. 현역 의원도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 선후배 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법대, 하태경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하 대표는 “관악이 종북의 본산(本山)이 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우파혁명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공식적으로 관악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대결이 성사되면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준 마포을 한나라당 예비후보./김혜준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제공

김혜준(45) 전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도 마포을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우파 혁신을 부르짖는 젊은 386 운동가 그룹의 일원이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정무기획국장을 역임했다.


김 전 실장의 외모와 말투에는 부드러움이 배어 있다. 그러나 지인들은 그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고 평가한다.   


김 전 실장은 “정치란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데 (현재) 가치가 혼란스럽고, 이익집단처럼 보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정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우파정치의 세대교체를 해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출마하는 마포을 지역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바 있다. 강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라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현역 무소속 의원의 3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김 전 실장은 “강 의원은 정치를 희화하고 있다”며 “(대결하게 되면) 예능과 정치의 대결구도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