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알리는데 후반기 영화인생 걸겠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북한인권국제영화제 2011 서울’은 북한인권이라는 인류애(愛)적 이슈를 영화라는 매체와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나 아프리카 난민의 비참함 등이 스크린을 통해 재현돼 수많은 세계인들의 양심을 두드렸듯이 북한인권문제의 이슈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이장호 감독./김봉섭 기자


영화제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장호(66) 감독을 만나 이번 영화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이 감독은 1970~80년대 ‘별들의 고향’ ‘공포의 외인구단’ 등 공전의 흥행작들을 만들어 낸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감독은 80, 90살이 될 때까지 현장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 후반기 영화 인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북한에 납치됐다 탈출한 신상옥 감독을 통해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현재 신상옥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감독은 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상옥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노스코리아 VJ’가 이번 영화제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스코리아(North Korea) VJ’는 2004년부터 북한 내부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리준, 김동철 씨가 취재·촬영한 영상을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대표가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감독은 “북한의 실상은 사실 카메라만 갖다 대도 우리에게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토끼풀 소녀의 모습 한 컷만 봐도 당황스러움을 느낄 것”이라며 “이 외에도 사무국에서 제작을 지원한 작품들도 큰 성과라고 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를 극대화하는데 있어 극영화 보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 한국 영화계는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기피하고 했었다. 사실상 리얼리즘이라는 것이 죽어버렸다. 그 때는 오히려 현실이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그 현실을 담지 못하니까 영화들이 안이하고 퇴폐적이고 소극적이었다”며 “그런 것처럼 북한 문제를 드라마로 다룬다는 것은 싱거울 것 같다. 사실적인 것을 담을 수만 있다면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크로싱, 국경의 남쪽 등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지만 흥행 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감독은 “그만큼 남한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 아닌가. 가슴 아픈 일이다. 같은 민족에 대해 너무 차가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분단 상황을 겪고 있는 한반도는, 특히 북한은 그야말로 영화 소재에 있어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아쉽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나 지구상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을 해외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과 북한 인권을 같이 봐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민족, 동포가 우리의 바로 이웃에서 인권유린 당하는 것을 남의 나라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7일 데일리NK와 인터뷰중인 이장호 감독./김봉섭 기자
그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가 향후 국제인권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제의 규모에 대해 “빈약한 상차림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동안 한국 현실 속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 충분한 여력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특한 자기 문화를 갖고 있는 영화제가 돼야한다”며 “외국 사람들이 작품을 갖고 참여하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라 북한인권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일종의 투어식의 영화제가 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 뿐 아니라 유엔이나 유럽에서도 영화제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북한 인권을 타이틀로 걸고 있지만 10년 후 정도에는 국제적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인권 영화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영화제를 열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것이 여러 가지 모습과 형태로 확산되는 것이다. 북한인권문제를 중요하게 호소하면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지구촌 곳곳의 인권 유린에 관심 갖게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영화계 안에서는 북한 문제에 관한 소재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남한의 지식인들이나 진보성향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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