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세계화, 꼭 해야할 3가지 숙제

▲ 지난 3월 말 유럽의회 최초로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데일리NK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5년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후 가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다. 올 3월에는 브뤼셀에서 국제회의가 개최되고, 유럽 의회에서도 청문회를 열어 탈북자 증언과 북한인권 문제 접근 방법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4월 말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인권 주간이 개최됐다. 이 기간에 부시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탈북자를 면담하면서 미국의 북한인권 중시정책을 재확인했다. 5월에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하는 국제회의가 있다.

그동안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처음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한국 정부의 참여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진 관심을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다. 6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가 주관하는 회의가 준비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가 빠른 속도로 국제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북한인권 현실 그 자체에 있다. 동시에 북한인권단체의 주체적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여태까지 북한인권 단체들은 아주 헌신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노력에 국제사회도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인권 문제가 급속히 세계화 되면서 국내 북한인권단체들의 미숙하거나 부족한 면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핫이슈가 되어 갈수록 국내의 북한인권 관련 단체의 책임감도 커져 가고 있는 것이다. 향후 북한인권 운동의 국제화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세 가지 정도 있다.

탈북자 증언, 분명하고 정확한 현실 대변해야

첫 번째는 북한인권 실상 증언의 구체성과 정확성에 대한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탈북자의 증언 때문이다. 탈북자의 충격적이고도 생생한 증언은 양심적인 미국과 유럽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언론도 큰 관심을 보여 주었다.

한편 탈북자들의 증언 중에는 선진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 종종 있다. 때문에 북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 사실인가 하고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증언이 가능하면 엄밀하고 구체적이고 정확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번의 국제회의는 아주 어렵게 만들어지는 자리다. 이런 소중한 기회에 탈북자가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능하면 엄밀하고 구체적으로 증언을 준비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과장 증언이나 일관되지 못한 증언은 북한인권 운동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 탈북자 사회는 거짓 증언이나 과장 증언을 스스로 정제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2006년 5월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숫자만 해도 8,000명이 넘기 때문에 웬만한 증언들은 2중, 3중으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

동시에 탈북자들의 거짓, 과장 증언의 이면에는 선정적인 언론, 더욱 더 충격적인 증언을 선호하는 인권, 종교 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때문에 북한인권, 탈북자 문제를 지원하는 인권, 종교단체들, 그리고 언론들도 자기 활동의 전문성과 엄밀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인권 단체, 프로가 돼야

두 번째는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은 좀더 전문화, 프로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인권운동의 북한 현실에 대한 고발, 북한 정권의 문제점 등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제는 이 수준을 넘어 인권 문제의 개별 영역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정책 대안 개발과 홍보 등에 힘써야 한다.

많은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데이빗 호크의 ‘숨겨진 수용소’라는 책을 보면서 “이 정도는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이야”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조사 샘플의 과학성을 견지하면서 북한의 현실을 실제로 입증하려는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한 자료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야 한다.

조사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여성 문제” “아동 문제” “장애인” “고문”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 등등… 한국 정부도 생존권적 인권은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권적 영역에 속하는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여성, 아동, 장애인” 문제 등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세부 영역에 대한 체계적 조사 작업은 단지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국제 NGO들을 북한인권 운동으로 견인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미국, 유럽의 NGO들은 분야별로 아주 세분화 되어 있다. 이들 NGO들은 자기 분야에 해당된다고 하면 구체적인 관심을 가진다. 우리에게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충분한 자료들이 없으면 이들 NGO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동시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선전, 홍보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성공에 이어 영화, 연극 등 문화적이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홍보 방법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만약 한국 내에서 지원 자금이 부족하다면 미국이나 유럽의 펀드를 찾아볼 수 있다.

북한주민이 북한 인권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세 번째, 이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결국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내부에서 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길이다. 북한인권 단체는 이 원칙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북한인권 운동은 북한 내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어떤 가능성도 모두 검토해야 한다.

최근 북한 내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민간 대북 라디오 방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이 깃발을 들었으며 앞으로도 종교, 비종교 등 여러 방송국이 선을 보일 전망이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 흐름이다. 북한 내에 해외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 방송의 강화는 북한주민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한편 남북 교류, 경제 협력 등에도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인권’이란 견지에서 볼 때 햇볕정책의 긍정적 역할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친북적인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의 현실에 눈을 뜨고 북한을 다시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조금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은 북한의 선전 도시와 같은 곳인데 남, 북의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평양만 갔다 와도 북한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사람들도 아주 큰 영향을 받고 돌아갔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그 중엔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미녀 응원단이 남한의 발전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가 수용소에 감금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북 교류, 경제 협력을 하면 김정일에게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처럼 북한 사람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경우는 그렇다고 해도 남북한 사람들이 직접 만나게 되는 교류, 협력사업 등은 북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김정일에게 돈을 주지 않고 북한 사람들 의식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김정일에게 돈이 좀 들어 간다고 하더라도 북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북한인권 운동은 그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의 궁극적 해결사는 북한 주민들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세계로 확산되더라도 결국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안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 북한인권운동의 최대의 과제는 북한주민이 인권운동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하태경 / 미주 대북 라디오방송 <열린북한방송>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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