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살펴보니..먹고 사는 문제 악화

국가인권위원회가 5년 만에 북한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벌여 11일 발표한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은 경제난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인권위의 의뢰를 받아 탈북자를 상대로 조사한 북한대학원대학교(이하 북한대)는 “기본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생존권이 악화되면서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도 따라서 침해받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북한대는 그 원인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만성적인 식량부족 현상을 꼽았다.

아울러 북한은 대내외의 정치, 경제적 상황변화나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식량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홍수피해..주민들 시장 진출 `러시’ = 북한의 식량 위기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보다는 나아졌지만 2006년과 2007년에 잇따른 홍수 피해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며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먹는 문제를 장사를 비롯한 자구책을 통해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불법으로 돼있는 시장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심해 생계가 나아지는 쪽으로 개선되지는 않았다.

북한대는 시장 경제활동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점을 주관식으로 묻자 33%가 정부의 단속, 통제, 규제를 꼽았다고 전했다.

식량난으로 노동권의 의미도 퇴색해 직장에 거의 출근하지 않거나 가끔 출근했다고 한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1%에 달했으며, 출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7%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21%가 `장사를 하기 위해’라고 각각 답했다.

이러한 식량난은 아동 및 청소년의 인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ㆍ청소년은 대체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39%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한다’고 답했으며, 26%는 `길거리에서 구걸한다’라고 했다.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뒤 구걸을 하는 이른바 `꽃제비’가 1990년대 후반보다 `많이 증가했다’라고 답한 탈북자는 47%였고, 16%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한대는 “양극화가 심해져 시장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일부 집단을 제외하면 기본적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권 개선 움직임..국제적 압박과 체제 이완이 요인 = 북한 사회가 극심한 식량 위기에 놓여 있지만 자유권, 즉 시민적ㆍ정치적 권리 부문에서는 제도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조금씩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북한대의 평가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형법 개정 등 제도상의 변화다.

북한대는 제도와 현실이 일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법적 절차를 강화하는 등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인권과 관련된 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탈북자를 심층면접한 결과 2000년 이후 공개 처형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정치범보다는 부정부패나 살인, 인신매매,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공개처형이 한정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북한대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북한 당국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 위기 이후 국가체제 전반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비합법적 수단이나 편법이 동원될 여지가 생겼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적 권리가 확장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북한대는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대는 “체제 이완으로 인권의 부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 구조적 변화라고 하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