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비판 여부가 지식인 가치 결정”

▲ 9일 데일리NK와 인터뷰를 가진 카와히토 히로시 변호사 ⓒ데일리NK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찬양 여부로 판단하던 시기는 지났다. 북한의 구체적인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 여부가 지식인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한·일 지식인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이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의 데일리NK 사무실에서 만난 일본의 북한인권 운동가 카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방치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태도”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30여년 전 북한 공작원들의 협박에 못이겨 반강제적으로 그들에게 협조한 재일교포들의 변호를 맡으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지난 해 ‘김정일과 일본의 지식인-아시아에 정의로운 평화를’이라는 저서를 통해 재일교포 출신 도쿄대 강상중 교수를 실명 비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 교수는 재일교포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 유명세를 떨친 인물로 저서를 통해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같은 도쿄대에서 교양학부 강의를 맡고 있는 카와히토 변호사는 “일본 지식인 사이에서는 재일 교포 지식인을 비판하는 것을 삼가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 교수가 주장하는 평화는 김정일 독재체제를 옹호하고 북한 인민과 일본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하는 질서”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두 교수는 지난 해 3월부터 일본의 잡지 지면을 통해 북한 문제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벌여오고 있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일본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 뿐 이었다”는 이야기를 거듭 꺼냈다. 3년 전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우려하는 학자들을 만나고 나서야 한국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고 한다.

그는 “북한 사회는 인류 역사상 두 번 다시 없을 잔인한 인권 억압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고 “북한 인권문제는 아시아의 과제라는 인식 아래 일본에서도 최근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와히토 변호사는 현재 ‘북한에 의한 납치·인권문제에 맞붙는 법률가회’의 간사 및 ‘특정 실종자 문제 조사회’의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일본 사회에서는 최근 납치 문제에서 북한인권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최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재일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때도 교포 출신 친구들이 많았다. 때문에 한반도 문제나 재일교포 문제는 어려서부터 나와 가까운 문제였다. 변호사가 된 30여 년 전부터는 북한인권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재일교포들 중에는 북한 공작원들의 협박에 못이겨 반강제적으로 북한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협력을 안 하면 가족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협박한 것이다. (1959년부터 시작된 북한과 조총련의 조직적인 북송사업으로 10만 명에 가까운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건너가게 됐다.)

밀항을 통해 일본에 숨어든 공작원들이 일본 내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재일교포들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이렇게 북한에 협력했다는 죄로 일본 당국에 적발된 재일교포들의 변호만 10여건 이상 맡았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북한의 독재체제를 피부적으로 가깝게 느끼게 됐다.

– 지난해 재일교포 교수인 강상중 교수를 공개 비판한 책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실명 비판이라는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이유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방치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만을 주장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권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과거 한반도를 식민지화 했던 역사 때문에 재일교포 지식인을 비판하는 일을 삼가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

– 강 교수의 주장 중 가장 주되게 비판하고 있는 부분은?

김정일을 보는 관점에 있어 햇볕정책과 공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강 교수가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김정일 독제 체제가 주민들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강 교수가 주장하는 평화는 김정일 독재체제를 옹호하고 북한 인민과 일본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하는 질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독재자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수용소나 납치자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독재자 김정일을 찬양하는지 안하는지가 문제가 아니고 북한의 구체적인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문제다. 거기에 지식인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조총련은 아직도 북한 사회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나?

간부들은 아직까지도 그럴 것이다. 일반 재일교포는 북한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표현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의 가족이 사망하자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지금은 조총련에서 나온 사람들이 많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이다. 납치 문제가 불거진 다음부터 조총련 세력이 많이 축소됐다.

– 한국에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많은 지식인들이 있다.

한국 지식인들의 발언은 일본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방송을 통해 보니 강상중 교수와 비슷한 논리를 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햇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이 협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국 학자의 의견으로 소개되는 것은 대부분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주장들이었다. 한국의 지식인 중에도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런 의견은 일본에 있으면 듣기 어렵다.

일본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면 한국 지식인들은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만 강조한다.

3년 전 서강대에서 열린 북한인권과 관련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국에도 북한 인권문제를 중시하고 북한 정부를 비판하는 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국에는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동독하고 소련이 붕괴한 다음에 많은 사실을 밝혀졌듯이 북한이 붕괴된 이후에 사실을 밝혀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북한 사회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 캄보디아의 폴포트에 필적한다고 본다. 오히려 그 이상의 아주 잔인한 인권 억압이 벌어지고 있다. 강철환 씨 등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인류 역사상 두 번 다시 없을 국가 체제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가까운 곳에 아직까지 그런 곳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일본이 납치 문제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로 관심을 넓혀가는 배경은 무엇인가?

2년 전까지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활동했지만 지금은 납치 문제 이외에도 북한문제 전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매년 12월마다 북한인권주간을 지정하게 되어있다. 행사가 열리는 일주일동안 납치 문제 이외에도 북한 인권 문제 전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국민 전체는 아니겠지만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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