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증언이 ‘혼란’이라는 남한의 ‘패륜 좌파’

아무래도 최재천 의원은 빨리 사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수용소의 노래’ 저자 강철환 씨에게 말이다.

최재천 의원이 총리 내정자 청문회에서 “강철환의 수기는 국정원이 쓴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취재기자에게 재차 확인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해당 발언을 전해 듣고 나서야 최 의원이 정말 그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 의원은 “한국에서 출판이 곤란하니까 불란서에서 맨 처음 출판됐다”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했고, “그게 결국 우리의 목을 쥐고 있다”는 표현도 썼으며, “엄청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도 말했다. 누가 누구의 목을 쥐고 있다는 것이며, 무엇이 그렇게 엄청난 혼란이라는 건지 도시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취중발언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일단 사실부터 말하자. 열린우리당이 요새 폭로정치의 역풍(逆風)을 맞고 있는데, 강철환 씨의 수기를 국정원이 써줬다면 최재천 의원은 국정원의 누가 무슨 이유로 써줬는지 공개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정원이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책을 써줬다니, 최 의원의 발상 한번 우습다.

백 번 양보해, ‘수용소의 노래’의 원본이 1993년에 출판된 ‘대왕의 제전’ 시리즈이니 옛 안기부에서 강철환 씨의 수기를 대필하였다고 하자. 책의 대필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최 의원은 강철환 씨의 책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 밝혀야 할 것이다. 못한다면, 중요한 명예훼손이다. 강철환 씨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탄압의 채찍을 휘두르는 데 동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출판이 곤란하니까 불란서에서 맨 처음 출판됐다”는 주장은 최 의원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국정원에서 써줬다는데 왜 한국에서 출판이 곤란했을까? 일단 주장의 앞뒤부터 맞지 않다.

‘수용소의 노래’는 1993년 한국에서 ‘대왕의 제전’이라는 3권짜리 책으로 출판되었고, 1994년 일본에 ‘북조선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그러다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던 프랑스인 피에르 리굴로 씨가 강철환 씨의 사연을 듣게 되었고, 한국에서 1년간 심층 인터뷰한 끝에 2000년에 불문판으로 ‘평양의 수족관’을 펴냈다. 2002년에는 영문판이 발행되었고,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이 책을 읽고 강철환 씨를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다. 도서출판 시대정신에서 2003년 ‘수용소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한글판을 다시 펴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정도면 최 의원이 얼마나 엉뚱한 말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최 의원은 ‘수용소의 노래’가 북한 인권의 판단기준으로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물론 ‘수용소의 노래’는 인권탄압이 일상화된 북한에서도 가장 끔찍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곳의 이야기다. 그러나 최 의원의 발언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히틀러 시대 독일 인권의 판단기준으로 될 수 없다”는 말과 똑 같은 이야기다.

아우슈비츠가 당시 독일 국민의 보편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을지 몰라도, 정권과 체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수용소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최재천 의원이 ‘수용소의 노래’를 진정 가슴으로 읽어보았다면, 지옥 같은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 독재자를 “식견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사람에게 침을 뱉고 싶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가져야 할 책은 바로 이런 책이다.

최 의원은 ‘수용소의 노래’가 “우리의 목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수용소의 노래’를 읽고 자기 목을 누군가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다. 오직 김정일만이 그런 느낌을 가질 것이다. 이제 최 의원은 김정일과 ‘동지’의식을 넘어 감성적 교감을 하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 같다. 김정일과 유착한 이 정권 사람들의 패륜적 사고방식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최 의원이 이번에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북한이 민주화되고 수용소의 철책이 걷히는 날, “수용소 실태를 다룬 탈북자 수기가 엄청난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던 남한의 ‘패륜 좌파’들에게 북한 민중은 침을 뱉고 돌을 던지며 위선자라 욕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최 의원은 ‘엄청난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혹자는 당신들에게 ‘오렌지 좌파’라는 상큼한(?) 이름을 붙여줬지만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 당신들은 단지 ‘패륜 좌파’일 뿐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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