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정책은 ‘전략적 확실성’과 일관성이 핵심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전략적 차원이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의 하나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신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환영하면서 내심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신정부 등장 3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현재 북한인권 단체와 정부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통일부는 최근 연구자와 활동가, 그리고 북한인권 단체 대표자들과 북한인권 개선방안을 위한 여론수렴 차원에서 6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개최하였으나, 북한인권단체들은 간담회 참여를 놓고 정부측과 논쟁을 벌였다. 북한인권 단체들은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진정으로 북한인권 개선 방안을 수렴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구색 맞추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인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인권단체들의 기대수준과 현 정부의 구체적 정책내용과 수준이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민간의 북한인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이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탈북자의 미국 입국 허용과 해외 탈북자 보호 및 지원, 북한인권단체 지원, 북한인권대사 임명,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괄하는 북한인권법안을 2004년 제정하였고, 부시 대통령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은 탈북자 40여명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는 정도의 형식적 활동에 그친 비상근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한 것 외에는 해외 탈북자 보호와 북한인권단체 예산 지원 등 구체적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다시 생색내기와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4년 한시법인 북한인권법안을 연장하였다. 결국 미국은 대통령의 입을 통하여 관심을 표명하고 의지를 밝혀왔지만 실질적인 정책적 수단은 활용하지 않았다.

북한인권단체와 연구자들은 신정부 출범 당시 북한인권 전담기구와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설치, 재외탈북자 보호, 북한인권 기록보존소,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 민관협력체, 북한인권법안, 대북방송지원, 국제협력과 국내외 NGO 와의 협력체계 등 다양한 의견들을 정리하여 정부측에 제시하였다.

그러나 유엔에서의 대북인권 개선 발언과 대북방송에 대한 대통령의 지원의지 표명 외에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고 반면에 정부내 전담기구 설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 검토중이거나 의견수렴중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북한 인권단체들이 처음부터 지나치게 기대했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스스로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전략적 모호성’ 개념을 사용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른 길을 간다는 원칙은 천명하되 ‘각론’은 모호한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으로 주로 외교에서 사용된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모호하게 유지함으로써 상대와의 분명한 차이점으로 인한 갈등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모호성이 상호간에 중대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간에 이익이 되거나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될 때에는 덮어 두어졌던 모호한 부분이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서 갈등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이 조금씩 걷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내용 대북인권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모호성은 북한당국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한국 국민들과 북한인권 관계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북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북인권정책은 전략적 확실성을 갖추어야 한다. 인권정책은 모호성을 통해서는 개선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적 확실성은 일관성, 예측가능성, 투명성, 상호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문제는 보편성과 일관성, 그리고 진정성을 유지할 때 실효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대북인권정책은 모호성의 그늘에서 나와 정책의 실체를 밝히는 전략적 확실성의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새정부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북한인권 관련 정책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서는 자신들이 제안한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수렴 중이거나 준비중이며, 민간에서 제안한 것은 ‘검토중’이라고만 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북한인권 정책을 기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인력이 정부 담당 기관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북한인권 정책 담당자는 대통령 이외에 바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엔이나 국제무대에서 대통령과 정부차원의 문제제기 수준은 높아지고 있으나, 국내 정책적 태도와 입장, 그리고 준비수준은 이전 정부보다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던 지지세력에게는 오히려 체감적으로는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전략적 모호성을 오히려 전략적 유연성이라 변명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은 전략적 유연성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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