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재단 출범 막는 국회, 反인도범죄 방관 오명 쓸 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가영 데일리NK 기자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일로 1년이 됐지만, 법안의 주요 골자인 북한인권재단은 상근 이사직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인해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단 1표의 반대도 없이 여야 합의를 이뤘지만, 그 이후엔 국회가 정작 법안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2일 국회인권포럼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 주관한 ‘북한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 기조 발제자로 참석, “북한인권은 당파적인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오히려 높은 수준의 협력과 참여가 가능한 부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비 위원장은 이어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인권법의 구성에 포함돼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구성원들을 하루 빨리 임명하길 바란다”면서 “COI에 드러난 심각한 상황은 이러한 동의와 의견 일치들이 하루 빨리 형성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나도 잔혹하게 다양한 강도와 기간을 거쳐 형성된 인권 침해 현상 앞에서 인류는 정치를 뛰어넘어 그 피해자들을 위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또한 인류는 그 지속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책임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커비 위원장은 또 “대한민국 국회가 COI 보고서의 내용을 주의해주길 바란다. (북한인권) 피해자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고, 우리의 정의와 인권, 긍지에 호소하고 있다”면서 “폭력의 종결과 인권 존중은 한반도의 궁극적 화해와 통일을 위한 진정한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상근 이사 추천을 두고 ‘몽니’를 부리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재원 대한변협 북한인권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의 핵심기관인 북한인권재단 발족을 위한 재단이사 추천을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구실하려면 관계자 누구든지 인권문제는 인권의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정치적인 타산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낡은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인권법 시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북한인권법의 명문규정과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며, 결과적으로 북한 반(反)인도범죄자를 돕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북한인권법 조항에 따르면, 재단 이사진 12명 중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여야가 각각 5명씩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집권당 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인사가 12명 중 7명의 다수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현재까지 여당(前 새누리당)은 5명, 국민의당은 1명의 이사진 명단을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제출한 상태.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 상근 이사직을 여당과 동일하게 얻어야 한다며 이사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정당이나 국회는 재단 이사를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단계까지만 관여할 수 있다”면서 “추천이 완료된 이후 누구를 재단 이사장으로 선출하며 누구를 상근이사로 임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로지 재단이사회의 자율과 통일부 장관의 권한에 맡기는 게 법문상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상근이사를 사실상 자신들이 임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로써 인권을 오염시키는 위험천만한 일”면서 “민주당이 시간을 끌다가 집권당이 된 이후 7명의 다수 이사를 추천하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권당이 바뀐다한들 다시 야당이 된 정당이 재단이사 추천을 거부하는 악순환에 빠져 북한인권법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루도 발휘하지 못한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야당의 비협조가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막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면서 “법안의 책임자들이자 국민을 대표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북한인권 유린을 좌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국회가 반인도범죄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특히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아직도 대북 인권제재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개진하고 있다”면서 “인권 유린을 못 본체한다 해서 언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한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같은 민족의 인권 유린에 침묵하는 것은 반국가적인 발상이며, 침묵은 분명 범죄에 대한 방조행위”라면서 “국회가 하루빨리 국내외 NGO와 연구소, 탈북자들의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북한인권법을 처음으로 발의한 김문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도 “북한인권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의 도덕 수준과 국격의 문제이자 양심적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면서 “어렵게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무용지물로 만들면 김정남이 독살 당했듯 북한 주민과 북한인권도 독살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 등 누락된 주요 내용을 포함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위원장은 “북한 인권유린 레짐은 ‘폭력’과 ‘거짓말’이라는 두 기둥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면서 “북한 동포들을 북한 정권의 거짓과 선전·선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면 북한인권 탄압 체제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 확대는 그들을 북한 독재자의 거짓과 선전·선동으로부터 구제하고 인권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라면서 “북한인권법에 알 권리를 고양할 수단이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