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의 입법제정 필요성 [발제문 全文]

1. 들어가면서


북한의 인권상황은 세계적으로 최악의 수준으로 인권침해가 다양한 형태로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북한의 김정일 체제에서는 그러한 주장들이 통상의 서구식 인권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식 인권관”을 주장하면서 참혹한 인권상황을 합리화하고 있다.


북한이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기본이념으로 내세우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하여 직접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 왔고, UN 인권위 등의 결의안에 대하여 불참하거나 기권하여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소극적이었다.


현 실용정부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된 것이 없다. 미국은 2003년 북한자유법안을 토대로 대폭 수정 보완하여 2004. 3. 23. 상정하고 2004. 10. 4. 하원에서 재의결을 거쳐 부시 대통령이 2004. 10. 18. 서명하여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였고, 위 법은 2008. 9.말로 만료되었으며 그 후 2012년까지 연장하였다.


일본은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환영의 뜻을 표시한 바 있고 2006. 6. 16.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납치문제 기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의 대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2007. 7. 6. 위 법률에 대하여 일부 추가하여 개정하였다.


지금 국내외에서 북한인권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제기되어 미국과 일본은 법령을 제정하여 북한의 인권 문제에 법률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국내의 정치권에서 북한인권법의 제정 필요성을 놓고 북한의 눈치만 보고 있고 일부 개혁논자들의 반대론에 밀려 입법제정이 지지부진하다.


외국의 입법례를 검토해 보고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하며 18대 국회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대안으로 제안된 ‘북한인권법안’의 주요내용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 외국 입법례와 한국의 입법추진동향


가. 미국
북한의 인권 상황을 기술한 사실관계 부분, 제정 목적 부분, 본문 3장 13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관계 부분은 인권법제정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부분으로 인권상황에 대한 미국 의회의 평가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일 절대권력 하의 독재국가”로서 심각한 인권침해, 언론자유와 외국방송청취의 엄격한 제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개인숭배, 계층의 분류에 의한 차별대우,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종교의 자유의 부존재, 대량 아사 및 영양실조, 식량원조와 보급여부 감시 필요, 탈북자, 탈북여성 및 여아들의 납치·인신매매·성적학대,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의 처벌문제, 중국정부의 탈북자정책, 한국정부의 탈북자 수용인원 및 책임 여부, 과거 한국인 및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생사 여부 등에 대하여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북한인권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주변국인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제정 목적은 북한에서의 기본적 인권의 존중과 보호 촉진, 북한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속적 해결책 모색,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감시·접근·투명성의 강화, 북한 내부 또는 외부로의 자유로운 정보흐름의 촉진,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한반도 통일 달성 촉진을들고 있다. 유사법인 이란자유법, 이라크해방법이 정권교체를 명시하고 있으나 북한인권법은 정권교체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본문 3개장 13개 조항은 제1장 북한주민의 인권증진(5개 조항), 제2장 북한주민의 지원(3개 조항), 제3장 북한의 난민보호(5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년에 걸쳐 매년 2,4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북한체제의 붕괴나 정권교체에 입법목적이 있지 않고, 북한주민의 인권개선과 인도적 지원,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일본
제1조에서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2005. 12. 16. 유엔총회에서 체결된 북한인권상황에 관한 결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일본을 말함) 초유의 국민적 과제인 납치문제의 해결을 비롯한 북한당국에 의한 인권침해문제가 국제사회 모두가 처리해야 될 과제임을 인식하고, 이에 관한 국민의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북한인권 침해문제의 실태를 밝히고, 그 억제를 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하여 북한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와의 연대, 협력 관계를 높여서 자국의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인권문제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을 제정하고 있음에 반해 일본은 자국민의 납치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연계의 강화를 통하여 일본정부는 탈북자의 보호 및 지원과 관련한 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탈북자 지원 및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재정적 배려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이나 전반적인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예산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납치문제 및 기타 북한당국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상황에 개선을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될 때, 북한 선박의 입출항을 통제하거나(특정선박의 입항금지에 관련된 특별조치법 제3조 제1항) 대북 송금을 규제하는 방식으로(외환 및 무역법 제10조 제1항) 대북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명문화 하였다.


다. 한국의 입법추진 동향
16대 국회인 2003. 7. 1. 본회의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 개선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첫째, 정부에 대하여 인권문제를 직접 북한당국에 제기할 것과 국제사회와 적극 논의할 것. 둘째, 북한당국에 대하여 국제적인권규범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와 인권문제를 협의할 것. 셋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강제 송환을 중지할 것. 넷째, 강제수용소 실태 공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 해결 촉구 등입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국회에서 결의했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다.


17대 국회에서 김문수, 황진하, 나경원 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폐기되었다. 위 법안이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한 것인지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북한체제의 붕괴를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내용 및 주권국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는 전제 하에 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북한인권문제를 내세운 강대국의 강권적 외교압력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된 사례가 있었다.


18대 국회에서 황우여 의원의 ‘북한인권법안’, 황진하 의원의 ‘북한인권증진법안’, 홍길표 의원의 ‘북한인권재단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 윤상현 의원의 ‘북한인권법안’이 제출되어 각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하여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4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한 단일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대안으로 제안하기로 하여 본 회의에 상정하고 4건의 법률안을 본 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하였다.


3. 입법제정의 필요성


가. 제정 반대의 논거
북한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 반대하면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측의 반발과 남북관계의 경색이 우려되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에 관한 사항은 남북관계 진전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도 매우 민감하게 관련되어 있어 탄력적이고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며, 북한인권 입법은 정부의 유연성에 부담이 되고,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이루기보다는 대북 압박의 상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로 인한 북측의 반발과 남북관계 경색, 그리고 체제 위협을 의식한 북한주민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인권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법률제정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2004. 10.부터 제정 시행에 들어갔으나 ①2007년 7월까지 30명의 탈북자만이 난민지위를 부여 받아 미국 정착이 허용되었고, 법에 명시되어 있는 탈북자 보호조치들이 실제로 이행되지 못하였다. ② 법에 규정된 재정지원 또한 실행되지 못하였다. ③북한인권특사 또한 별다른 활동 내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상징적 의미 이상의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셋째, 서독의 대동독인권정책의 방식에 따라 “조용한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


서독은 동독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동서독 주민의 왕래와 같은 인도적 사안의 개선은 물론이고 동독주민의 인권개선을 ‘조용히’ 요구했고, 제한적이나마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면서 “어쨌든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전에 우리의 노력으로 인권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염두에 두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겨냥하는 대북인권정책의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명분의 차원에서는 국제규범에 걸맞게 북한인권문제를 원론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이며, 또 북한인권문제는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한 적극적 태도와 병행하여 제기되어야한다. 실리의 차원에서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하여 신중하고 유연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북인권정책이 진정으로 북한주민의 인간다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며, 단지 정치적 홍보용으로 비춰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현황에 비추어한동안 ‘조용한 해결’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견해가 있다.


넷째, 국제사회, 한국 정부와 국회, 한국 시민사회, 언론 등 각 주체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협력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법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부(및 국회)의 경우는 남북관계의 다양한 현안과 층위 및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 미국의 북한인권법 식의 접근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의 방식에서 시사점을 찾는 것이 한반도 남북분단의 현실에 더 적실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제사회(유엔 등 국제기구, 국제 NGO, 미국, 일본, EU, 중국 등 각국가), 한국 정부와 국회, 한국 시민사회, 언론 등 각 주체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협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권개선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압박의 상징성만 두드러지는 현재 「북한인권법」제정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 제정의 필요성


첫째, 제정의 주체는 의원입법이 타당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가 북한당국과의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 의원 입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법과 제도의 기초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인권법안은 한나라당에서만 제출하고 18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대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되어 있으나, 야당인 민주당, 민노당에서는 소극적이다. 그 근본이유는 민주당, 민노당 등은 북한의 인권유린실태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남북관계’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을 자극하게 되며 남북관계가 나빠진다.”는 식의 잘못된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에 관한 문제로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북한의 인권문제도 남북관계의 관점이 아니라 그와 같은 관점에서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헌법상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 이상 한국은 남한 주민과 똑같이 북한 주민의 인권보장 및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려면 법과 제도의 기초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동독과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생활수준이나 인권침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서독의 대동독인권정책이 “조용한 해결” 방식만 취해진 것이 아니어서 반대론자의 논거는 잘못된 것이다. 동독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서도 높은 생활수준이나 경제력을 지니고 있고, 분단이전에도 서독의 TV청취가 가능하였으며, 60세 이상 노령자의 자유왕래가 가능해 북한과 커다란 차이가 있으므로 서독의 대동독인권정책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서독이 동독의 베를린 장벽직후인 1961. 11. 24. 동서독의 접경주인 니더작센주의 잘츠기터시에 중앙법무기록보존소(정식명칭은 ‘잘츠기터 소재 주법무성의 중앙기록보존소’임)를 설치하여 분단 기간 중 동독 내에서 자행되었거나 자행된 인권침해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함으로써, 동독 정치인들에 대한 무언의 경고와 압력이 되었고, 통독 후 가해자에 대한 형사소추와 인사처리 등에 활용한 예가 있다.


동독이 1966년부터 서독에 대해 양독관계의 정상화 조건으로 중앙법무기록보존소의 폐쇄를 요구했고, 만약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독간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으며, 기록보존소의 종사자들을 형사처벌하겠다는 법까지 만들기도 했다. 서독의 사회 민주당도 1970년이후 동독의 주장에 가세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 일부 주와 시도 예산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동독이 서독의 인권침해기록보존사업을 포기하도록 압박 했으나, 서독정부에서는 압력에 굴하지 않았고, 통일이 될 때까지 기록보존소를 지키며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서독의 대동독인권정책이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조용한 해결” 방식만으로 양독관계가 유지된 것이 아니다.


넷째, 인권침해의 실상, 국제적인 문제, 주변국가의 상황을 볼 때 더 이상의 시기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북한인권문제를 바라보는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시각차가 너무 커, 정치권에서도 북한인권법안의 법률제정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는 이미 국제화된 문제로, 주변 이해당사국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상태에서 직접 당사국인 한국이 그대로 방관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입법제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현재 2012년까지 연장하여 시행되는 한시적인 법률이고,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일본의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면 실질적으로 법률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데 반해, 우리가 제정할 북한인권법은 통일 전부터 제정하여 통일 후 일정기간까지 존재해야 하는 바, 현재 시점에서 우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추후에 여러 가지 국내외의 상황변화가 발생하여 문제점이 제기되면 이를 보완하여 개정하면 될 것이다.


다섯째, 인도적 지원도 입법을 통해서만 지속적이고 투명성 있게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이 현재 약간의 개방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시장경제체제 도입은 소극적이어서, 체제변화를 통한 북한의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노력이나 지원, 정부의 행정력으로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이나 인권증진에 한계가 생기고 한국경제, 사회여건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하더라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은 입법제정을 통한 투명성 있는 예산 집행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배경과 의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인권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경제적인 압박을 해서는 안 되며 조용한 경제적 지원만이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급선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하고,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한다.


체제유지를 위한 김일성, 김정일 개인숭배사상에 주민의 기본적 인권이 무자비하게 침해당하고 있음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그것이 사실인데, 인권침해의 문제점을 전혀 문제삼지 않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인도적 지원을 해서도 안 될 것이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근접거리에서 가장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우리 입장에서 북한인권법의 제정이 남북대화개선에 반드시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며 과연 자신의 친족이나 가족이 그러한 상황에 처해질 경우에도 과연 위와 같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인지를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할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이나 실태(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 납북자의 자녀들의 정부의 북한당국에 대한 미온적 자세에 대한 딸의 호소 등 그 실상을 주변에서 너무나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해서도 안 되고, 인권은 역사적으로 투쟁의 산물이며 보편적인 가치로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무조건 퍼주기식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여섯째, 북한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억제적인 기능에 도움이 된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총회의 대북결의안 채택, 국제사회의 북한인권문제 거론을 자주권의 침해로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북한당국은 유엔인권레짐과의 관계에서 선별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 16년간 미루어 온 정기보고서 제출, 그 심의 과정에서 대표단 관련 질의응답 참석,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페에 관한 협약(CEDAW)에 가입, 유엔인권레짐이 개최한 다양한 세미나, 교육 및 기술 프로그램에 참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은 불허했으나 아동권리위원회 위원과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의 초청 등 인권탄압국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나름대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보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권개선압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만은 없고, 대내적으로도 약간의 변화가 보이고 있다.


헌법개정으로 거주․이전의 자유와 개인소유 확대의 보장, 상행위의 허용으로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경제제도 개선, 각종 경제범죄를 규정화, 죄형법정주의의 도입, 법전의 일반주민들에 대한 공개, 장애인들의 권익보호를 법제화, 불법자금 및 마약문제와 관련한 법률의 제․개정 등, 다소의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인권법의 제정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인권침해의 억제적 기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4. 북한인권법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가. 목적과 정의(제1조, 제2조)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법률제정의 목적이 북한인권법안은 제1조에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기본적 생존권을 확보하고 인권의 증진에 기여함을…”으로 규정하여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 목적에 인권개선을 넘어서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안에서 “북한주민”에 대해서만 용어의 정의를 규정하였고, 다른 법안에서 용어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인도적 지원”,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규정하지 않았다.


나.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제5조)
통일부장관 산하에 북한인권 정책에 관한 자문을 위하여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 중 3분의 1 이상은 북한인권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중에서 통일부장관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다. 기본 계획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다(안제6조)
북한인권법안은 3년마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통일부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기본 계획에 따라 소관업무에 관하여 연도별 집행계획을 수립․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라.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안제7조)
정부는 외교라인을 통하여 북한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증진 활동에 협의․협력하고 이에 관한 정부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 명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 인도적 지원의 구체적인 조건화(안제7조, 제8조)
국가는 인도적 지원과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노력하고, 국가가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조건을 세분화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기준에 따라 전달․분배․감시될 것,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주민에게 전달 될 것, 지원을 받는 북한주민이 그 지원의 제공자를 알 수 있도록 할 것, 정치적, 군사적 용도 등 다른 용도로 이용되지 아니 할 것 등을 규정한 것이 특색이다.


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제10조~제12조, 제15조)
정부는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내외의 활동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하고, 통일부장관은 북한인권재단이 실시하는 북한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며,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을 통하여 북한주민인권 증진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고, 민간단체에 대하여 그 활동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한다.


사. 위 법안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관한 규정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간단체인 2003. (사)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기관으로 북한인권 기록보존소가 설립되어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피해 사건을 조사하고 기록하여 DB를 구축함으로써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하고, 향후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명예회복 등의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보다 공인된 기구로서의 설립 및 운영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8. 5. 23.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의 필요성과 운영방안”이란 논제로 세미나가 있었고, 2009. 8. 26. 대한변호사협회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주최하여 “북한인권기록보존의 설립과 합리적 운영방안”에 관한 대토론회가 있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립 및 운영에 대한 논의가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기록보존소를 설치하지 않고는 인권침해의 실태의 조사, 보관 관리가 어렵고, 현재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고 및 예방기능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추구할 수 있으며, 통일전후 시기에 과거 청산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적정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보상기능을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립과 운영주체는 크게 정부기관, 정부와 민간합동형 모델, 민간운영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 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권침해에 대해 진지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데가 어디인지,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구성원이 인권의식을 가지고 조사능력과 정보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면 될 것이다.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서 납북관계의 개선에 기록보존소의 설치가 장애요인이 되므로 규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인권침해자의 처벌,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명예회복에 반대하는 것으로 북한인권법의 입법취지가 반감된다. 기록보존소를 설치하지 않고는 인권침해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개선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등만 수행하기 위해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면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조항을 빠뜨린 것은 알맹이 없는 재단으로서 사실상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의 사후 자리보장을 위한 안전장치로 국가 예산을 쓸데없이 낭비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나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등의 지원만을 계속할 경우에 통일부 등 국가가 할 일인데 굳이 인권재단을 통해 지원하도록 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안에 반드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5. 맺으면서


인권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북한주민도 당연히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고 현재도 북한의 인권유린행위는 그 규모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조직적이고 방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5. 9. 23. 북한인권문제 심포지움에서 김진흥 목사는 다음과 같이 발표한바 있다. “지난날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때나, 그 후 군부세력이 통치하던 때에 그렇게나 치열하게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내던졌던 인사들이 지금에 와서 북한동포들의 인권이나 북한체제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벙어리가 되고 있다. 정말로 아이러니컬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진보세력이라면 진보세력답게 남녘이나 북녘이나 구별하지 말고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인권회복운동을 펼쳐야 한다. 북한민주화를 위해 전력투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북한인권 기록보존소를 설치 ․ 운영하여 인권침해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와 보관을 통해서만 같은 민족인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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