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법 발목 잡은 건 정작 ‘한나라당’ 아니었나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을 대할 면목이 없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4월 국회에서 안 되면 6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기대가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지도부의 통과 의지가 매우 높다”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다시 천명한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직권상정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이은재 한나라당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 위원장)


이 발언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4월과 6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 처리와 관련해 반복해왔던 레퍼토리다. 특히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 밝혔던 대목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비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발언의 강도만 놓고 보면 북한인권법은 이미 통과됐거나, 최소 6월 국회가 마지막 배수진이 되고도 남았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합의문에 북한인권법이 누락되며 북한인권법 처리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초 한나라당이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구성과 북한인권법을 맞바꾸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민생인권법’을 들고 나선 민주당의 공세에 저축은행 국조만 처리키로 슬그머니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단체들을 비롯해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실망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여야간 힘 겨루기 대상인 법안들에 계속해 밀려나는 상황을 지켜보자니 정말 한나라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예상치 못했던 것도 아니면서도 지난해 2월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시킨 이후 1년반 가량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말하는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은 정치적 셈법에 따라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협상 카드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6월 국회를 열흘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북한민생인권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과연 한나라당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다.


여야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박희태 의장 또한 자신의 정치적 득실을 먼저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18대 국회에서의 논의는 더이상 불가능할 듯 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휘발성을 갖고 있는 북한인권법 처리를 꺼내 들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노당 등과의 선거연대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이 북한인권법 처리에 원만히 협의해 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난 4월 탈북자단체 대표자들이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면담에서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김정일의 동의를 얻는 것이 빠르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이제는 ‘민주당의 반대’라는 핑계조차 듣기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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