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법 반대하는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의 ‘인권관’

 


북한인권법안이 2005년 국회에서 첫 발의된 이래 10년째 표류되어 오는 동안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졌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성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북한인권 상황이 안타깝다는 의견은 96%, 법안 제정에 대해선 ‘북한의 반발과 상관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약 56%,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한인권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고, 과반수의 국민들은 법 제정이 인권 개선의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최근 이러한 북한인권법에 대한 지지여론이 많아지면서 인권법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는 글 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런 와중에 해괴한 논리로 북한인권 법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펴는 한 교수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모 신문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기고한 ‘북한 인권운동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이다. 일면 공감한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시리아 인권법은 만들지 않으면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인권의 정치화”라고 주장한 대목에서  ‘북한인권법 얘기에 웬 시리아 인권법’이라는 생각과 함께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와 먼 중동의 시리아 인권 문제를 연결시키는 그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인권전문가로 평가를 받고 그가 인권운동에 뜻을 둔 청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판단, 곧장 해당 언론사로 반박글을 보냈지만 거절됐다. 조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에는 남한과의 대비가 언제나 배경에 깔려 있다”고 단정하고, 남한이 우월하다는 인식에서 우리 문제는 외면하고 북한만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지를 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이 이뤄지고 수십만의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수용소에서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가 외면해야 하는가? 북한인권 문제가 있다면 남한 동포들이 이를 지적하고 김정은 체제에 시정을 요구해야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당연한 의무다. 남한에 인권문제가 있다고 오로지 우리는 그것만 얘기해야 옳은가? 북한의 인권문제는 남한의 인권 문제와 별개로 지적해야 할 사안이란 얘기다. 그럼 조 교수는 북한인권 실현을 위한 단체명과 목표를 갖고 활동하는 NGO나 탈북자 단체들에게도 남한인권을 먼저 얘기하라고 요구할 것인가? 더군다나 북한인권의 영역에 속하는 수많은 국군포로들과 납북자 문제는 우리가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남한 가족들의 삶까지도 망가뜨려놓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우리 국민들도 엄연한 피해자이고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것이다.


좌파적 한국시민 운동계엔 한국 사회 발전적 측면에서 여러 공이 있지만 이면에 문제도 있다. 1990년대 이후 양적으로 급팽창했지만, 이것저것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백화점식 운동’에 대한 지적이 대표적이다. 아쉽게도 조 교수가 ‘민주진영’이라고 칭한 ‘전통적 인권단체들’ 상당수가 북한 인권에 대해 외면하면서 남한 인권문제를 우선 거론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 국내외 문제를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함을 자부하면서 유독 북한만 예외로 두고 있다. 또 장애인권리나 성적소수자운동 단체들까지 가세해 ‘북한인권국제회의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모습에선 이들이 올바른 ‘인권관’을 갖고 있는지 의심케 했다.


조 교수는 북한인권 단체들을 ‘인권교실에서 북한인권이라는 의자에 앉은 단체들’로 비유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북한인권 단체가 아니라 북한타도 운동단체들”이고, “이들은 인권교실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까지 단언했다. 조직적으로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자행해온 독재체제가 하루 빨리 종식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어찌 반(反)인권적인가.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나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국제인권 단체들도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이어진 민주화 물결을 적극 지지했고, 지금도 반정부 시위자들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내전 같은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누구도 이들에게 타도를 외치는 과격한 세력이라고 하지 않고 국제사회는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심각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인권 유린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고 김정은을 비롯해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권고와 함께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인권 유린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국민보호책임(R2P)을 지지 않는 북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난데없는 시리아 인권법을 운운하며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운동을 해괴한 논리로 반대하는 조 교수의 주장에 누가 공감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