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법에 ‘수사권’ 명시해야 실효성 담보”








▲정학진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원회 위원장./김다슬 인턴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15일 펴낸 ‘2012 북한인권백서’를 총괄한 정학진 북한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에 대해 ‘수사권’을 명시한 조항이 추가돼야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북한인권법 관련 총 4개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윤상현·황진하·조명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인제 선진통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북한인권법안에는 모두 북한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기관(북한인권기록보존소·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대북인도지원, 외교통상부 산하 북한인권특별대사직 설치,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대국민 홍보·교육 정책 등과 관련된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서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수사하는 ‘수사권’을 규정해놓은 조항은 없다. 수사권 없이는 북한인권 범죄자에 대해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증거 수집·채택이 불가능하다. 법률상으로 수사권이 있어야만 범행사실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권범죄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범행에 대한 증거자료만 확보해놓으면 향후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시행할 수 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수사권에 의한 증거가 확보되면, 북한 내 보위부원 등 인권 범죄자들이 남한에 입국할 경우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정 위원장은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수사권이 없는 재단·연구원·NGO 등 단체들에서 조사·수집하고 있는 북한인권 침해 자료들은 사법처리를 위한 증거자료로서 채택이 불가능하다”면서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된 자료만이 사법처리를 위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인권법안에 수사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인권재단이든, 보존소든 설립될 단체에 수사기관을 별도로 설치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인권 범죄자들에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인권범죄자들에게 미래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제공하고, 이는 북한인권 범죄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주장이다. 


대한변협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북한인권백서도 실효성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활동 중 하나다.


정 위원장은 “17대 국회에서는 전후 납북자 법령이 통과됐고, 18대국회에서는 전시 납북자에 대한 법령이 통과됐다”면서 “아직도 북한에서는 정치범수용소·교화소 등에서 말도 안 되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이 반드시 통과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회는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않고 있으니 세계적인 망신”이라면서 “결의안이 통과되고, 북한인권법이 제정돼야 북한 내부의 인권범죄자들에게 직접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 위원장은 북한인권법안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와 관련한 내용을 좀 더 보강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 국적을 버리고 유럽이나 미국 등지로 이민을 가는 탈북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우리나라보다 많은 혜택을 바라고 외국으로 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조밀한 대응 방안도 포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는 지난 2006년부터 북한인권백서를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다. 2012 백서에는 지난 2009년 1월 1일 이후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 가운데 가장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을 선별, 101인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연구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백서에는 북한인권 침해의 온상으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에서의 침해사례 외에도 중국·러시아와 북한 국경과 가까운 전거리교화소 등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6, 7년 동안 백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향후 영문판뿐만 아니라 프랑스·스페인어 판을 추가로 제작해 북한인권 실상을 좀 더 널리 알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장외활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변호사들이 만 명이 넘는데, 인권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변호사들조차도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이 적은 상황”이라면서 “향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다른 변호사들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