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결의안 기권 배경과 전망

정부가 제60차 유엔총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키로 한 것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 채택을 통해 북핵문제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그 이행방안 논의에 본격 착수하는 등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7일 “북한 인권문제는 한반도 화해와 협력,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 남북간 신뢰구축 등의 문제를 다루는 틀 속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는 결의안 표결 직전 투표입장 설명 발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이는 개별적인 사안이 아닌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유엔 인권위원회 차원에서는 2003년부터 3년 연속 채택돼 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61차 유엔 인권위와 작년의 60차 인권위에서 기권한 바 있으며, 재작년 59차 인권위에서는 표결에 불참했다.

정부는 EU(유럽연합)가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이후 관련부처간 협의를 통해 입장을 조율했으나 최근 몇년간의 상황을 감안할 때 입장 변화를 결정할 요인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최근 인권상황과 관련된 각종 보고서들을 볼 때 과거에 비해 큰 진전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인권보호기준을 국제수준에 맞게 개선토록 희망해왔으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개선 방법론에서는 국제사회의 인권개선에 대한 관심과 촉구 이외에 도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 국제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지원하고 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 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호전시켜 북한 주민이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인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부는 아울러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관심과 희망에 부응해 각종 유엔 인권기 구, 특별절차,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자국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인권결의안에 대해 미국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크 라건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 내셔널프레스 빌딩 외신기자센터 회견에서 북한 인권결의안과 관련, “지구상에 잔존하는 억압정권들 중 하나에 대해 인권상황을 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에 대한 협력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관영언론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5일 “정부 전복을 목표로 한 미국의 북조선(북한)인권법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며 “이 법은 우리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촉진시킨다는 미명 아래 제도변경이나 정부 전복을 유도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EU의 결의안 상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편견적”이라며 “대미추종에서 벗어나 이성을 되찾고 책임있게 처신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유엔총회에서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은 17일(뉴욕 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실시된다.

지난해 총회에서 미얀마, 콩고, 투르크메니스탄, 짐바브웨, 수단, 벨로루시 등 6개국에 대한 인권결의안이 상정됐으나 불처리 동의안이 처리된 짐바브웨와 벨로루시, 수단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에 대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

결의안을 상정한 EU는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

정부는 결의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로 인해 북미간에 ‘인권 공방’이 본격화돼 자칫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보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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