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40년이나 지난 3대혁명 운동 강조하는 이유

진행 :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사실과 대조해서 짚어보는 시간 <노동신문 바로보기>시간입니다. 23일 이 시간에도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18일자 노동신문은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의 발단을 열어놓으신 40돌에 즈음하여 열리는 이번 대회는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노선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림으로써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서 의의 깊은 계기로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21일자 신문에도 20일 평양에서 제4차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선구자대회 개막 소식이 게재됐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제4차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 선구자대회’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장님, 우선 북한에서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 어떤 운동인가요? 또 북한에서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은 말 그대로 사상, 기술, 문화혁명이라는 3대혁명 노선에 대해 당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목표치를 정해놓고 벌이는 운동입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됐고요. 공업부문에서는 1975년 함경남도 단천의 검덕광산에서부터 시작됐고, 농촌부문에서는 평안남도 청산리 청산협동농장으로부터 시작됐어요. 김정일의 주도면밀한 지휘 아래서 벌어진 운동입니다.

사상과 기술, 문화 혁명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추구하는 노선 중 가장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어딜 가든지 “3대혁명의 기치 따라” “3대혁명의 노선 따라” 이렇게 말할 정도로, 3대혁명은 북한에서 늘 틀어쥐고 나가는 핵심 정책이자 목표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3대혁명 노선으로 주민들을 투쟁으로 이끌어가고, 그 안에서 각종 작은 세부화된 추진 목표들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게끔 합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돼서 지금까지 북한이 벌이는 운동중 가장 꾸준히 벌어지고 있는 핵심적인 운동이죠.

사실 1960년에서 1970년대 사이에는 ‘천리마운동’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1970년을 기점으로 그 말은 사라지고 3대혁명이 등장했습니다. 아마 노동당 5차 대회에서 처음 나왔을 거예요. 사상과 문화, 기술 3대혁명을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자는 취지였죠. 몇 년 지나서부터는 이 운동을 확실히 정립하고 전 사회적 운동으로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2.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은 벌써 40년이 지난, 어떻게 보면 철지난 운동이라고 볼 수 잇겠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아직도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남한에서 보기에는 1970년대에나 진행됐고 무려 40년이나 흐른 철 지난 운동이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상과 기술, 문화가 중요하니 포기하기가 어렵죠. 사상이 특히 중요하고, 기술도 틀어쥐고 나가야 하는 것이고, 문화 역시 체육과 예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니 아무리 40년 전에 설정된 운동이라 한들 북한 노동당, 특히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3대 요소가 다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으로, 북한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김일성주의화를 위해 3대 세습 독재 정권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기술 분야 역시 김정은이 한 때 치적으로 내세웠던 CNC(컴퓨터제어기술)도 포함하고 있으며, 문화 역시 북한이 ‘강국’이 되겠다고 내세우는 체육 분야를 포함하고 있죠. 그래서 노동신문을 보면, 체육 선수단 중 외국 경기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은 3대혁명붉은기쟁취 칭호를 수여 받아요.

3.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를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3대혁명 붉은기쟁취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미미하게 유지하는 단계도 있었지만, 지금은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여전히 사상과 기술, 문화 3대혁명을 힘 있게 벌이려고 하고 하죠. 내년에 7차 당대회를 맞아 전국에서 3대혁명 붉은기를 수여받은 단위를 확장하는 운동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너도나도 우리 기업소, 우리 농장, 우리 공장이 3대혁명 붉은기를 수여받자는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3대혁명 붉은기쟁취 운동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4. 북한 당국은 아직도 ‘붉은기’ 정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붉은기 기치, 붉은기 철학, 붉은기 사상 등 강도 높게 주장해오고 있는데요. 당국이 주장하는 ‘붉은기’, 무엇을 의미하나요? 이에 대해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공산주의 혁명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적색기죠. 이는 빨간 선혈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북한에서는 이를 ‘붉은기’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붉은기는 북한에서 여러 곳에 많이 쓰여요. 열차 궤도도 붉은기 1호부터 시작했고, 군이나 일반 사회에서도 “붉은 기치에 따라 당의 노선을 따라가자”고 할 정도로 붉은기를 앞세운 운동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진 바 있죠.

붉은기는 북한에서 매우 상징적인 것입니다. 북한의 노동당기도 붉은기를 바탕으로 망치와 낫, 붓 이렇게 세 가지 그림이 있잖아요. 지식인과 노동자, 그리고 농민이라는 세 개의 계급을 대표하는 전위 조직임을 나타내는 것이죠. 노동당은 곧 붉은기 당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붉은기는 북한의 체제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세습의 의미도 있고, 북한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한편 붉은기는 항일 빨치산 정신과도 연결됩니다. 빨치산들은 그냥 붉은색의 깃발을 들고 다녔지만, 이것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붉은기가 곧 혁명의 상징이 됐고 지금은 북한 자체를 상징하게 된 것이죠. 물론 유럽이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한 때 붉은기를 상징적으로 여긴 적이 있었지만 북한은 이 붉은기에 정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그럼 이번에는 ‘제4차 3대혁명 붉은기쟁취 운동 선구자 대회’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대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당연히 선구자대회에는 기존에 3대혁명 붉은기를 쟁취한 단위들부터 3대혁명 붉은기 쟁취에 굉장히 모범적으로 활약했던 노동자나 기술자 등 각계각층이 다 참가합니다. 사상적으로 굉장히 투철한 사람, 기술적으로 특허를 많이 낸 사람, 북한의 공장 기업소에 기여한 바가 큰 사람, 체육이나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사람, 노동당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 등이 포함되죠.

6. 그렇군요. 18일자 노동신문에는 “위력을 백방으로 높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는 데 새로운 역사적 이정표로 될 것”이라며, 대회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이 이 대회를 개최한 의도가 뭘까요?

노동당 7차 대회가 약 7개월 정도 남은 시점인데,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에 대한 열의를 다시 고조시키려는 것이죠. 3대혁명 붉은기쟁취 운동이 김정은 시대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노동당에 충성심을 보일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7차 당대회에서도 3대혁명 붉은기 쟁취가 노동당의 핵심 노선으로 부각될 텐데, 그럼 제7차 대회 이전에 관련된 성과들이 많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되도록 많은 단위에서 3대혁명 붉은기를 쟁취했다는 성과를 냈다고 하기 위해 개최하는 겁니다. 즉 보여주기 식과 다름없는 것이죠.

7. 17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백금산 영웅소대’를 ‘3대혁명 붉은 기를 펄펄 휘날린 선구자들’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일종의 따라배우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이 이 같은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 때 백금산 영웅소대는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저도 예전에 가본 적이 있죠. 아마 지금은 영웅소대 중에 살아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이 백금산 영웅소대가 유명해진 이유는, 한 개의 소대가 전부 공화국 영웅 혹은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영웅소대 전체로 대중적 운동을 벌이려는 겁니다. 영웅소대처럼 국가에 무한한 영웅정신을 발휘하고 많은 노력 성과를 거두라는 것이죠. 당시 영웅소대 사람들은 전부 채굴공, 즉 광부였어요. 노동신문에서 오랜만에 백금산 영웅소대를 언급한 것은 결국 작업반 소대단위들이 생산적 성과를 발휘해서 백금산 영웅소대처럼 성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러한 노력 성과로 제7차 당대회를 맞이하자는, 즉 ‘따라배우기 정신’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입니다.

8. 노동신문은 또한 이들이 6개년 계획을 2년 7개월 동안 앞당겨 완수해 영웅칭호를 수여받았다고 선전했습니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요?

이들이 영웅칭호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영웅소대 사람들이 워낙 일이 손에 잘 맞아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과제를 잘 수행했던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소대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좋은 작업 조건을 주고 백방으로 지원해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애초에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조건들을 사전에 만들어줬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2년 7개월을 앞당겨 수행했다는 점은 쉬운 게 아닙니다. 과장됐다는 것은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죠. 아무리 좋은 조건을 만들어줘도, 한 달 과제를 미리미리 수행하는 것과 6개년 과제를 2년 7개월 앞당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공장에서 6개년 계획으로 세워둔 것을 4년 몇 개월 만에 완수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작업 조건이 좋다고 해도 이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갱에서 일한다는 건 굴착기로 뚫고 들어가 폭파시켜 광물을 캐내야 하는 것으로 2년 7개월 앞당겨 수행했다는 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죠.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을 일해야 가능할 텐데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거의 ‘만들어진 영웅’ ‘거짓말이 많이 들어간 영웅’이라고 일컬어집니다.

9. 또 사설에서, “3대혁명붉은기쟁취 운동이야말로 혁명하기 좋아하고 투쟁하기 좋아하는 우리 인민의 지향과 기질에 맞고 광휘로운 미래를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한 위력한 투쟁방식”이라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인민들이 이런 기질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북한 주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인민들이 정말 혁명하기를 좋아할까요? 저도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보면, 북한에 있을 때 혁명이 뭔지는 그저 사상적으로 세뇌되고 강요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북한에서는 생산과정도 혁명이라고 하니 그저 그렇게 믿었을 뿐이지, 누가 365일을 굶주리고 추위에 떨면서 사는데 혁명을 한다고 말하겠습니까. 단기간에 고생하고 그 다음 좋은 시대가 온다고 하면 모를까, 김 씨 3대가 제 아무리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혀주며 기와집에 살도록 해주겠다고 했으나, 7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남한에서는 번영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가난에 시달리면서 식량조차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기질 자체가 혁명과 투쟁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노동신문의 언어도단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남한 주민들, 그리고 세계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에 대한 분명한 대가를 받고 보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으며, 삶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굶주리고 가난하면서도 혁명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우리 북한 주민들은 혁명하고 투쟁하기를 좋아하니 이런 역경을 계속 뚫고 나가자“라는 식으로 선동하는 게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절대 안 통합니다. 주민들도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부글부글 끓을 것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느냐며 분노하겠죠. 김정은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고 싶을 겁니다. 기가 막힐 뿐이죠.

10. 북한 주민들이 시장활동에 집중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동원 운동은 북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1970대에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배급도 주고 생산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당시에도 3대혁명 붉은기쟁취 운동은 정상 노동 시간 외에 밤늦도록 공장을 꾸리고 문화예술과 체육활동을 시키며 사상학습까지 받게 했죠. 그러나 지금의 주민들은 대다수가 장마당을 통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붉은기쟁취 운동을 한다면서 장마당 사람들을 강제로 공장 기업소로 끌어다가 앉혀놓고 사상학습과 기술혁신을 시키는 건 돈만 낭비하는 일입니다. 주민들에게 또 한 번 고통의 멍에를 뒤집어씌우는,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할 운동이죠. 특히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주민들을 독려하려고 해도 잘 되지도 않을 겁니다. 40년간 이어진 쟁취운도의 결과는, 오히려 삶의 질을 나아지기는커녕 후퇴하도록 만들어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버렸죠. 주민들 99%가 반대하는 운동을 또 다시 벌이려고 하는 김정은은 결국 주민들의 고통의 무대를 다시 한 번 펼쳐놓으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