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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북한의 기습적인 댐 방류로 인해 30, 40대 성인 5명과 어린이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성인 사망자는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어린 아이들을 두고 있는 가장들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터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0일. 사고수습 대책본부가 마련된 연천군 왕진면 면사무소에 차려진 유가족 대기실을 찾았을때 가족들은 이미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유가족 대표단은 연천군과 수자원공사 관계자들과 이른 아침부터 장례절차와 보상문제로 협의를 계속 갖고 있었지만, 오후가 돼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사망자 6명의 시신은 연천보건의료원에 안치돼 장례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유가족 대기실에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거나, 쉬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 가운데 故 백창현(39) 씨의 부인 이경화(39) 씨를 만났다. 남편과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라고 한다. 이 씨는 슬픔과 피곤에 지쳐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이 씨는 먼저 “아빠의 죽음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8살 딸아이와 6살 아들 두 녀석이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아직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면서 “아직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일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 장례식에도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울먹었다.
이번 사태가 수습된 이후 아빠를 잃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왜 죽었는지,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를 알려할 때가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 유족들은 당장의 비극 앞에서 누구의 책임문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이번 사태에 북측은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측 언제(댐)의 수위가 높아져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사이에 긴급히 방류했다”면서 “임진강 하류의 피해방지를 위해 북측에서 많은 물을 방류할 경우 사전 통보조치하겠다”는 성의없는 짤막한 답변을 통보해왔다.
이 씨는 “그동안 가족들은 북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북한이 남한 국민을 죽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라며 온몸을 떨었다.
이 씨는 “사람이 6명이나 죽은 일에 북한은 왜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지 분통이 터진다”면서 “북한은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평소 북한은 못사는 나라, 못먹어서 아이들이 병들고 굶어 죽는 불쌍한 나라라고 측은하게 생각했다. 우리 도움을 받은 북한 주민이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은 아니냐. 이번 일로 정말 믿을 수 없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정부가 나서서 북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북한은 가족들이 최소한 왜 이런 사태가 일어 났는지 알 수 있도록 성의있는 답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