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언급한 우라늄…‘핵무기用 고농축’ 가능성

그동안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HEUP)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부인해왔던 북한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한다”고 밝힘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단계를 놓고 다양한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우라늄 농축작업’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HEUP)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농축우라늄 프로그램(LEUP)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은 생략했다. 결국 포괄적인 개념으로 통칭되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속내를 국제사회가 ‘알아서 해석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밝힌 ‘경수로에 필요한 핵연료(에너지) 보장’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시 핵무기 위험성이 없는 연구 및 발전 목적의 LEUP로 추정할 수 있지만, 이날 북한의 성명이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에 대한 배격과 봉쇄시 군사적 대응’등 초강경 도발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이 HEUP를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참고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개념을 분류해 볼 수 있다.

①HEUP= ‘우라늄-235’의 순도를 95%이상으로 만들어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HEU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천연우라늄을 ‘고농축’ 시켰다는 의미다.

②LEUP= ‘우라늄-235’의 순도를 2~20% 수준의 ‘저농축’으로 유지해 핵발전소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③UEP= HEUP와 LEUP 및 연구용 우라늄 농축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LEUP 기술을 확보할 경우 언제라도 HEUP로 넘어갈 수 있다.

우선, 북한의 경수로가 고농축과정 기술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분리기 장비와 기술 도입을 비밀리에 추진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LEUP, UEP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북한이 “농축 기술 개발을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힌 점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 말은 고기술을 요하는 농축우라늄 기술을 북한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발표는 HEUP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HEU 프로그램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우라늄 농축 기술 유출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당시 파키스탄 당국의 심문 과정에서 “1991년부터 북한에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소규모의 완성된 원심분리기를 보냈으며, 북한에 제공된 원심분리기 수천 개를 실제로 만드는 데 필요한 물품 구매목록도 전달했다”고 증언한바 있다.

파키스탄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칸 박사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P-1 외에 신형 P-2까지 합쳐서 20여개를 북한에 넘겼다고 밝혔다.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비서) 역시 1996년 북한과 파키스탄이 HEUP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맞교환하기로 약속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북한은 10여년 전 러시아에서 원심분리기 2600대를 제작할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상당한 수준의 우라늄농축기술과 시설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원심분리기 1천 7백개를 1년간 가동하면 핵폭탄 1개를 생산할 수 있는 50kg의 HEU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4년 미국과 영변 핵시설 동결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합의를 체결함에 따라 더 이상 플루토늄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조가 쉽고,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적어 탐지가 어려우며, 폭발 시험이 필요 없는 HEUP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기수출을 외화확보의 중요한 밑천으로 삼아 온 북한의 사례와 연관해 볼 때 HEUP는 소규모 분산이 가능하고, 은닉, 운반이 쉽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편,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과 관련, 미국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 천명을 유보해 왔다.

미국은 1999년 에너지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HEUP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2002년 10월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HEUP를 사실상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5년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 담당 특사는 미 의회에서 ‘북한의 HEUP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중간단계’라고 밝히면서 UEP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