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여성차별은 종류도 많다

한국에 오니 특히 편리하게 다가오는 것 중의 하나가 북한식으로 말해 ‘식모 문화’이다. 아직까지 식모(파출부)를 불러 본 일은 없지만 직업이 있어 일손 바쁜 여성은 주방 일을 원하는 여성을 집에 들여 부엌일을 도움받을 수 있고, 그 여성은 그 여성대로 몸에 익은 일로 돈을 쉽게 벌수 있으니 양쪽이 다 실익을 채우는 셈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개인집에 여자식모를 두는 것은 ‘인간에 대한 차별’임과 동시에 사람을 돈으로 사고파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한 요소라며 일찍부터 식모문화를 철폐해 버렸다.

그래서 일손이 바쁜 여성은 일이 바빠 허덕이게 만들고 돈이 없는 여성은 돈을 벌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돈을 벌수 없는 사람살기에 불편한 동네로 만들어버렸다.

김정일, 여성차별에도 ‘장군’?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개인이 식모를 두는 현상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라며 일찍부터 식모제를 철폐해버린 북한 사회가 간부들은 비밀리에 식모를 두게 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높은 간부들은 정부로부터 인간 차별이 허용된 계급으로 된다. 그래서인지 인간 차별의 한 ‘잔재’인 식모제를 그대로 살려둔 남한 사회에 비해 식모제를 철폐한 북한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 극도로 횡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남성의 시각에서 볼 때 여성은 인간이 아니다. 그 대표적 예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 말에서 보다 잘 드러났다. 김정일은 평양에 날아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처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이런 말을 하였다.

‘여자야 집에서 빨래나 하고 아이들이나 잘 키워주면 되는 것이지.’

김정일은 빨래와 육아를 남성은 해서는 안 되는 비천한 직업으로 천시하는 것과 동시에 여자는 빨래나 육아 외에 다른 의욕이나 비젼이 없는 열등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신의 인간 차별관을 만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내 놓았다. 이것은 김정일 본인 뿐 아니라 북한에 사는 모든 남성들의 보편적 사고방식의 일면이라고 볼 수가 있다.

북한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인간이 아니다. 남성에 비해 인간이 아닌 여성도 또 여러 급수로 나뉘는데, 남편이 없는 여성은 남편이 있는 여성에 비해 인간이 아니고 결혼해서 시집에 들어온 며느리는 아예 ‘노예과’에 속해버렸다.

직업이 없는 여성은 직업이 있는 여성에 비해 인간이 아니며, 대학을 못 나온 여성은 대학 졸업 여성에 비해 또 인간이 아니었다. 농촌에 사는 여성은 도시에 사는 여성에 비해 인간이 아니고, 지방에 사는 여성은 평양에 사는 여성에 비해 더 인간이 아니었다.

상식이 통하는 북한사회 만들어야

바로 이런 차별 의식 탓에 내가 북한을 탈출하여 연변에서 한 탈북자 가족과 10여 개월의 나날을 한 아파트에서 지낼 때, 그 가족의 남편이란 사람은 내가 남편이 없는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구박과 멸시를 나와 나의 어린 아들에게 아끼지 않고 해댔다.

바로 이런 차별의식 탓에 평양에서 나의 시어머니는 옷장에 걸린 내 옷 주머니를 때없이 뒤짐하고, 입덧을 앓는 며느리는 상관도 안은 채 맛좋은 음식은 자기들 식구끼리 몰래 모여앉아 먹어버리곤 하였다.

바로 이런 차별의식 탓에 겉보기엔 집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탈북여성은 그 남자와 기회만 있으면 이혼한다고 내 앞에서 날마다 벼르곤 한 것이었다. 남편이 집안 일 잘 도와주는데 왜 그러느냐고 내가 물으면 남편이 자기를 도대체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병 주고 약주는 식인데 어떻게 사느냐고 항거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 차별은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켜 해결할 문제이지 결코 식모문화나 철폐시킨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기가 신봉하는 유물론의 사고방식대로 ‘물리적 현상 속에 의식이 있다’고 보고 현상을 제거하면 의식이 극복되는 줄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회에 엄청난 악과 불평등을 초래했고 사람들을 서로 비하하고 대적하게 만들었다. 하여 그 사회를 사람이 더는 살기 힘든 곳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몸에 배인 주방일로 직업생활을 원하는 여성식모! 그들을 차별해야 할 인종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인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북한사회에 도래할 때 그 곳도 비로소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될 것이다.

최진이 / 前 조선작가동맹 시인 (저서 : 국경을 세번 건넌 여자)

– 김형직 사범대학 졸업
– 1998년 탈북
– 1999년 한국입국
– 現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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