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당국간 회담 제의와 남북관계

북한이 오는 30일 군사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해옴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번 제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식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말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남측 당국자의 방북을 허용치 않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이후 6자회담 차원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당국간 대화를 단절해 왔다. 우리 정부가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을 때도 이를 거부했으며 이번 제안 이전까지 어떤 형태의 당국간 회담도 제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제안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손내밀기’ 같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군사실무회담이라는 틀이 대북 인도적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이나 남북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장관급 회담 및 총리회담과는 성격이 다른, 그야말로 군사 차원의 실무적인 논의가 오가는 자리라는 점이 과도한 기대를 차단하고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군사실무회담에서는 상호비방 금지합의에 대한 위반 문제, 북한출입시 질서 위반행위, 3통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를 많이 논의해왔다”며 “그런 점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6.15, 10.4선언 이행 문제 등 고도의 정무적 결정이 개입되는 분야를 논의하려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또 북측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만나자고 언급한 만큼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보장 문제나 통신 설비.자재 제공 문제 등 현안들이 의제에 오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남한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남측과 순수히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남관계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해 대화를 제의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제의는 회담을 통해 남측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남측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자신들의 국가 운영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제스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미 군사 공조 강화 움직임과 작전계획 5029 추진 건 등 민감한 군사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이나 정치성 짙은 발언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안보 긴장 지수’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이 대남 관계와 관련해 구상하고 있는 바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대면하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 자체는 일단 평가하지만 워낙 미묘한 시점인 만큼 회담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