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전략연구원(이사장 배정호)이 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한 ‘동북아의 평화번영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이란 주제의 한중 세미나에서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홍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북한의 중요성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면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실패한 이유는 한반도 평화에 두는 우선순위를 제대로 못 매겼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둘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션딩리 중국 후단대 국제학연구소 교수 겸 부소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중국과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강력 비난하고 있지만 북한은 앞으로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사실상 처음으로 금융제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션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개발하면 강성대국으로 갈 수 있다고 내부 선전을 해왔지만, 사실은 한미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와서 핵 포기는 더욱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핵실험은 15차례 정도 진행되어야 완전한 기술적 확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도 어떤 형태로든 핵실험을 계속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교수는 “따라서 북한 핵폐기로 가는 순서는 첫째 북핵 비확산과 동결, 둘째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폐기 진입(reverse), 셋째 완전 폐기(abandon)로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10년이 걸리더라도 이 방식대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인홍·션딩리 교수에 따르면, 북한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결정된 이후 북한에 대한 통관검사가 까다롭게 이뤄지고 있다. 북중 국경지역의 해상과 항공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물자를 검색했고, 중국의 4대은행의 모든 북한 계좌와, 특히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철저히 검사했다고 한다.
스인홍 교수는 “10년 전 도광양회(韜光養晦) 시기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중국은 군사력에서도 이미 미국의 개입을 저지할 능력을 갖췄으며, 중국이 전략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지역에서 미국만 절대적인 우위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주장한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서사군도 등 중국의 전략적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로 가려면 중국의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아마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호 GK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북한 핵무기가 소형화됐을 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고문을 맡고 있는 김석우 전 통일원차관은 “지난 90년대와 상황은 좀 다르지만 지금이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고 체제를 개혁개방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며 한중 협력을 강조했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 한중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에 돌입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