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범죄국가” 美입장 안팎

“위조지폐, 위조담배, 마약이 북한에서 나온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그리고 이는 정황상 북한 정권 차원의 개입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직접 관여했다는 확실한 물증은 없다. 이러한 범죄행위는 북한과 협상 대상이 아니므로 범법행위에 대한 사법조치는 그대로 집행한다”

최근 방미, 미 정보 수집.분석 기관 관계자 및 국무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겸 좋은 벗들 이사장)은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미간 새로운 갈등요소로 대두하고 있는 위폐 문제 등에 대한 미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 설명을 이같이 요약해 전했다.

위폐의 경우 “미국의 조폐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까지 그대로 모방하는 기술”은 정권 차원의 개입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는 것.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다 최근 은퇴한 데이비드 애셔 전 동아태 선임자문관도 한 강연에서 북한에서 나오는 “위폐의 제작 단가가 다른 출처의 위폐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은 정권 차원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북한 정권의 직접 연루를 기정사실로 봤다.

미 정부는 다만 아직 북한에서 나오는 이들 불법 물품들의 생산.유통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직접 물증은 확보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 의회에 ’2006 회계연도 주요 마약 운송.불법생산국’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망록을 보면 “과거 일본과 중국 범죄자들 및 북한 마약 거래자들간 긴밀한 관계를 감안하면, 북한이 마약거래에 계속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실재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면서도 마약 운송.불법 생산국 20개 명단엔 북한을 올리지 않았었다.

물증은 확보 못했지만, 북한 정권이 위폐. 위조담배, 마약의 불법 제조.유통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미국의 심증은 확고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대사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국가”라고 불러 북핵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때문에 파문을 일으켰지만,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이미 버시바우 대사 이전에 이 표현을 사용해왔다.

북한의 위폐 문제 등을 “범죄행위”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 차례이고, 9월초엔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이 일부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폐 등을 거론하면서 “범죄국가”라고 지칭했었다.

북한에 대한 “범죄국가” 지칭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계열을 잇는 미 행정부의 제3의 조어인 셈이다.

버시바우 대사가 말한 정권 차원 위폐는 “히틀러 이후 처음”이라는 말도 이미 애셔 전 자문관이 사용한 말이어서 미 행정부내 인식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버시바우 대사의 “범죄국가” 표현이 국내에서 새삼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바로 코앞에서, 대북 금융제재로 차기 6자회담의 개최 여부조차 다시 불확실성에 싸인 시점에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8월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수년에 걸친 위폐, 가짜담배, 가짜 의약품 유통 수사 결과 밀매망을 일망타진했다는 발표 이래 북한의 불법 국제거래 행위에 대한 단속을 앞세운 대북 자금줄 죄기 전략이 구체적으로, 강력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과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재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반응을 감안하면, 정작 경수로 문제가 아니라 위폐 등의 문제가 6자회담에 암초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사법문제에 대한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한 미 국내법 내용과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위한 양자 접촉은 가능하다고 문을 열어놓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도 “이 같은 활동이 북한의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는 일조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것임을 북한이 인식하면 미국은 긍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폐 문제 등은 사법문제이므로 정치적 회담을 통해 제재 해제를 협상할 일은 아니지만, 사법적 차원에서 미국의 주문과 북한의 호응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혀져 북미간 새로운 형태의 ’실무 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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