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기’ 고조에 부시 대북정책 논란 절정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 22일(현지시각)자 기고문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선제 타격’을 주장한 것을 놓고 이날 워싱턴의 미 정부와 안보.한반도 전문가 사회, 언론이 하루종일 시끌시끌했다.

이에 앞서 21일엔 북한의 대미 대화 제의를 부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일제히“양자는 안되고 다자만 된다”며 일축한 데 따른 논란과, 20일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한국과장과 일본과장을 차례로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의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내부고발 성격의 비판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따라,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이르면 18일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발사 임박 위기감을 확산시키는 것과 함께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근본에 대한 논란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페리 전 장관의 기고문은 그 충격성 때문에 미국 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이 논란의 한 정점을 이뤘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통해 대내 정치적 목적 외에 대외 효과를 노렸다면 이 논란을 일으켜 판을 새로 짜보자는 것도 포함됐을 수 있다.

◇전직 외교.안보 수장들의 해법 = 북한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 등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 수장들이 잇따라 언론에 나서 해법을 내놓았다.

▲페리 = 북한이 발사를 준비중인 미사일에 대한 선제 직접 공습을 주장함으로써 미사일방어망(MD) 가동을 통한 요격 방식에 관한 논란 중에 모든 사람들의 의표를 찔렀다 할 정도로 한참 앞서 나간 방식을 내놓았다.

그의 선제 타격론에 대해선 ’페리 프로세스’로 상징되는 대북 협상파까지 이런 주장을 펼 만큼 미국의 안보 위기감이 실제로 심각함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페리 전 장관이 대북 협상파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불개입 정책을 줄곧 비판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1994년 클린턴 행정부 국방장관으로 있으면서 북한 영변의 핵시설 공습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던 만큼 군사행동 자체의 필요성이나 효용성을 부인하는 입장은 아니다.

페리 전 장관과 공동으로 기고한 애시 카터 전 국방부 차관보 역시 안보위협을 “예방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역시 클린턴 행정부 후반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도 이날 CNN에서 “미국에 대한 핵공격 잠재성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현 MD 수준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으므로 페리 전 장관의 주장도 “고려해봐야 할 선택안중 하나이며, 무력 방식을 테이블에서 내려놓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미국이 용납할 수 없다는 이 메시지를 북한이 깨닫기를 정말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외교관측통은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가 정말 북한 미사일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을 감안해 그렇게 못하도록 ’선제 타격’한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사실, 페리 전 장관의 논리 전개중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타격하더라도 이는 북한 전체나 심지어 북한군에 대한 공격도 아니고 오로지 북한이 발사하려는 미사일에 대한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거나 “북한이 전면전을 위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그렇게 행동할 것 같지 않다.

미국의 선제타격에 공개 반대한 한국을 왜 공격하겠는가” 등 부시 행정부 강경파가 사용할 것 같은 논리가 이어지는 대목이 많다.

90년대 후반 국무부 한국과에서 근무하고 평양을 5번 방문해 경수로 협상을 벌였던 우드로 윌슨 센터의 마크 모어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한 강연에서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해도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따라서 페리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 강경파가 대북 선제 타격을 가할 경우 동원할 논리를 예상해 ’차용’함으로써 그에 대한 반대여론을 일으켜 선제 타격 옵션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키신저 = 키신저 전 장관은 20일 CNN에 출연,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와 협의한 일괄타결안을) 제시했던 것처럼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과 협상해 그 결과를 갖고 북한에 협상안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6자회담 과정은 “극히 시간소모적”이라며 “일괄타결안을 북한측에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언 = 19일 역시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같은 질문에북한은 “기만의 대가이자 계산착오의 대가”이기도 하다면서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도 안보리 회부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 지난 10일 교도통신과 회견에서 역시 이란에 대해 한 것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대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직접 북한과 핵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결론 낼 때” 논란 = 이들의 주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한 안보위협 문제를 이제는 양단간 결론낼 때라는 데 대체로 일치한다.

키신저 전 장관은 6자회담을 “시간 소모적”이라고 말하고 참여국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하는 어떤 조치들(인센티브)을 취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는 북한 핵과 미사일이 북미 양자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이므로, 국제사회가 공동책임을 지고 다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북 직접 개입을 피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으므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담겨 있다.

페리 전 장관은 ’선제 타격’론을 펴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 해법과 6자회담의 실패” 때문에 이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 역시 “북한 상황이 매우 위험해졌다”며 지난 5년간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이라크전은 북한에 최악의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패를 주장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 문제만 해도 클린턴 행정부가 물러나기 전엔 “협상이 진행중이었고, 그래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선언이 있었다”고 말하고 “그동안 외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나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양자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이며, 북한이 6자회담에만 돌아오면 그 틀속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최근 북한의 대화 해결 제의에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존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병렬 선로(a parallel track)”도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틀내에서 사안에 따라 좀더 활발한 북미 양자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게 역대 어느 미 행정부에서도 일관된 정책이었음에도,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굳이 늘 이 원칙을 내세움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미간 의견조율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태도와 대북 양자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는 대북 협상의 진지성에 대한 의심을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직후 미국측 협상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성명에서 일부러 모호하게 한 부분에 대해 굳이 미국측 입장을 명백히 하는 장문의 해설 성명을 내도록 미 정부가 지시한 것을 지적,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주고받기식 협상엔 실질적인 관심이 없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주장하든, 일괄타결안 제시를 통한 협상을 주장하든, 미국이 지금처럼 북한 문제를 국제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며 직접 개입하는 것을 피하는 것은 해결 의지와 관심의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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