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요구 1차 의견수렴..남북인식차 노출

정부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 토지사용료 조기 지불 등 지난 21일 `개성접촉’에서 나온 북한의 요구와 관련,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1차 수렴한 결과 남북간에 상당한 인식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기조 아래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북측 요구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협상전략을 짠 뒤 북에 차기 접촉을 제의한다는 복안이다.

◇토지임대차계약 변경 및 토지사용료 조기 징수 문제 = 개성접촉에서 나온 북한의 요구사항 중 개성공단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하는 부분과 2014년부터 지불하게 된 토지사용료를 2010년부터 지불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관련 당사자인 토지공사와 현대아산 등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토지 임대차 계약은 2004년 4월13일 공단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을 50년간 사용하기로 하고 남측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맺은 것으로, 임대료 1천600만달러가 완납된 상태다.

때문에 이미 대금 지급까지 끝난 토지임대차 계약을 다시 하자는 북측의 요구는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는게 토지공사 등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북측의 속내가 기존 계약 파기 보다는 아직 체결되지 않은 개성공단 2단계 사업 관련 계약에 대비,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토지 사용료 조기징수 문제 역시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다 이미 10년간 지불 면제를 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만큼 물리기 어렵다는게 업체들의 기본 입장이다.

◇임금 인상 문제 = 기존 계약의 파기를 의미하는 토지 관련 문제와 비교할 때 임금과 관련한 북측 주장은 비록 업체들간 입장차는 있지만 그나마 기업환경 개선 등을 전제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없지 않다.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따르면 노임은 남북 개성공단 관리기구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간에 합의해서 월 최저임금을 정하고 그것에 바탕해 개별 기업들이 임금을 정하게 돼 있다. 또 최저임금의 상한선은 연간 5%로 묶여 있다.

2차례 5% 인상을 거쳐 올해 7월말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이 55.125달러로 정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북측의 요구는 5%의 상한 규정을 없애거나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체계를 차별화하자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기업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문제, 노무관리 권한이 북측에 있는데 따른 어려움, 출입상의 불편 등이 개선되면 5% 이상 올리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과 현재 정해진 5% 인상 폭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나뉘는 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서 수억불 번다’ 北 주장에 기업들 `푸념’ = 북측이 개성접촉때 건넨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한해에 수억 달러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중략)..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고 한데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라는 입장이다.

우선 수억달러를 번다는 북측 주장에 대해 업체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줄여서 제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북측에 제출된 입주기업들의 2007년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회계보고서를 낸 65개 기업 중 47.7%만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남북관계가 악화된 2008년의 경우 최근까지 회계 보고서를 낸 76개사 중 15.8%인 12개사 만이 이익을 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를 강조하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통상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나라에서 공단 기반조성 비용을 대는 외국 사례와 달리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정부와 민간 및 공기업들이 초기 조성 비용을 부담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올해 3월까지 개성공단에 정부가 2천33억원, 토지공사가 1천51억원, 한전이 480억, KT가 84억, 민간이 3천681억원 등 총 7천329억여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공단 토지 임차료 1천600만달러, 현대아산이 개성공단을 포함한 7대 사업에 대한 권리금 조로 4억5천만달러를 지불한 것까지 포함하면 우리 측 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또 최저 임금은 1인당 월 55.125달러로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나 15%의 사회보험료, 교통비, 간식비, 17달러에 달하는 근로자 알선 수수료, 시간외 수당 등을 다 합치면 실제로 근로자 1명 당 한달에 약 100달러가 들어간다고 기업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 신중한 대응책 마련 `부심’ = 현재 정부의 기본 입장은 지난 21일 1차 개성접촉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 요구의 직접 당사자인 기업들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적지 않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북한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 없다는 점도 정부로선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선결 과제로 삼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어떤 형태로 남북대화에 상정할 것인지도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당국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어쨌든 북한과 당국간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억류 근로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북한의 요구에 따른 협상을 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음 대화를 언제 제안할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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