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화 수거하려 개인과 ‘錢의전쟁’ 또 백기투항

북한 당국이 개인들이 소유한 외화를 수거하기 위해 시장 환율보다 높은 시세로 외화를 매입하고 나섰지만 실적을 거의 올리지 못하고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화사용금지나 환전상 체포 등 고강도 정책에서 이번 고가 매입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인위적인 외화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교훈만 남기게 됐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열흘 전까지만 해도 외화교환소가 개인 장사꾼들보다 환율을 높여 교환해 주더니 지금은 이를 중단했다”면서 “지금은 외화를 받고 쌀을 판매하고 있어 주민들이 ‘외화교환소가 아니라 쌀 교환소가 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조선무역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북한 상설시장 입구 등에 공식 외화교환소를 임시로 설치하고 직원들이 직접 나와 외화교환에 나섰다. 이 외화교환소는 원달러(위안화) 환율 고시가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외화 수거에 나섰다. 


이때부터 이달 8일경까지 공식 외화교환소와 개인 돈 장사꾼들 간 치열한 환율 전쟁이 벌어졌다. 개인 돈 장사꾼이 중국돈 1위안(元)을 860원에 바꿔주면, 외화교환소는 뒤질세라 여기에 10원을 더해 870원으로 교환해 주고, 이에 개인 장사꾼들도 올리면 다시 그보다 10원 가량을 올리는 이른바 ‘전(錢)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 때문에 환율이 970원까지 치솟았다.


국가가 환율을 시장가 보다 높여 본 경우는 북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획기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화교환소가 환율 전쟁에서 개인 환전상들에게 밀리고 말았다. 교환소 주위에 개인 환전상들이 대기해 교환소 보다 높은 가격으로 호객행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한 달 만에 쌀 판매로 방향을 바꾸고 말았다. 이 역시 외화를 수거할 목적이지만 특정 상품을 구입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식통은 “교환소에서 중국돈 100위안(元)에 입쌀 20kg로 환산해 바꿔주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되는 쌀의 가격(kg)은 4,400~4700원으로 시장가 수준이지만, 품질은 시장 보다 앞서 부분적인 유인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올해 초 외화사용금지 포고문을 발표하고 개인 돈 장사꾼들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개인 환전상들이 간부들과 뇌물 ‘커넥션’을 가지고 활동해 단속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고가 매입정책까지 실패해 북한 당국과 개인들의 외화 전쟁은 당국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 됐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결국 당국이 개인들한테 꼬리 내렸다. 북한에서 장사를 하려면 외화가 있어야 하고 많은 중·도매 상인들이 외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외화를 수거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