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들, 얼굴도 모르는 여성과 ‘소포 결혼’

▲1998년 망명한 北외교관 김동수씨 기자회견

지난 22일 헝가리 한국 대사관에 4명의 탈북자가 망명, 국내에 입국함에 따라 외교관, 무역일꾼 등의 해외망명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이들은 국정원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신원과 망명경위가 밝혀질 것이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내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과 공관원들은 수십명에 이른다. 이들이 망명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망명할까?

체코 주재 북한 국영 구두회사 사장을 지낸 바 있는 김태산(2002년 탈북) 씨는 “이번 4명도 가족들과 함께 자유를 찾아 망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외 망명자들은 보통 구라파, 한국, 미국으로 가기를 원한다”면서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고향이 그리워 보통 한국으로 망명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비해 외국 생활은 풍요로우며 자유롭다. 북한에서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살던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 자유롭게 살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고 결국 ‘자유’를 찾아 망명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북한 당국은 외교관과 공관원들의 ‘변절’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감시한다. 북한에서 통제하는 것보다 용의하지 않기 때문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이중 삼중으로 통제한다.

탈출, 망명, 여행 막기 위해 여권 개인소지 불가

우선 여권을 개인이 소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한다. 북한은 외교관을 비롯해 무역일꾼들의 탈출, 망명, 자유여행 등을 막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여권을 개인이 보관하지 못하게 했다. 대사까지 포함하여 해외근무자들의 여권을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일괄 수거해 대사관 문건금고에 보관한다.

해외 주재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가 파견한 국가안전보위부원들이 이를 통제하며, 이들은 현지에서 명령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동향보고를 한다.

이런 원칙은 북한 일반주민들에게도 해당된다. 대사관 직원들은 일반 주민이 해외로 나오면 비행장에서 입국수속을 해주면서 여권을 회수하고 출국할 때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여권을 본인에게 돌려준다.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경우는 대사급이나 국영회사 사장 정도 되어야 가능하다. 그 외에는 개인이 소지할 수 없으며 꼭 필요한 경우 대사의 허락을 맡아 소지할 수 있다.

김일성 “외교관도 혼자 다닐 수 없다”

김일성은 1960년대 “외교관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다니지 말고 2-3명씩 다니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해외 파견된 간부들의 감시와 통제가 심하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해외 주재 각 대사관에는 사회안전원과 국가안전보위부원이 파견되어 있다. 이들은 외국 생활을 외교관과 공관원들의 사상적 동요와 체제 이탈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일거수 일투족을 치밀하게 감시한다. 보위부원들은 2중 3중의 감시체계를 구축해 개인적 사생활까지 지켜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동향보고를 한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 된 간부는 본국으로 소환된다.

보위부원들은 어느 외교관, 어느 외교관 부인이 무슨 말을 하였고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어디에 외출을 하며 김정일, 김일성 혁명사상학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심지어 개인 사무실에 들어와 간부들이 보는 잡지나 소설책을 살펴보기 위해 책상서랍을 뒤지는 경우도 있다.

北 외교관, 미혼자가 없다

북한 외교관은 미혼자가 없다. 북한은 외교관을 해외에 파견할 때 기혼자를 우선적으로 내보낸다. 미혼자는 서둘러 결혼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해외로 파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기혼자를 우선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성적인 욕망 때문에 이른바 ‘혁명 과업’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결혼할 대상이 없거나 중매가 성사되지 않아 결혼을 못한 외교관 경우, 일단 해외로 파견한 다음 ‘소포결혼’을 시킨다. ‘소포결혼’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처녀를 골라 외교관 부인 교육을 시킨 뒤 해당 외교관에게 보내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을 말한다. 배우자에 대한 남성의 의견은 무시되며 대사의 주례로 약식결혼을 한 후 부부로 살아가게 된다. ‘소포’처럼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것을 ‘소포결혼’이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은 외교관들에게 가능하면 자식들과 가족들을 본국에 두고 부부만 나가도록 종용한다. 망명이나 탈출을 못하도록 북에 있는 가족을 ‘볼모’로 잡아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망명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자유’ 찾아 목숨 건 탈출 시도

28일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도 이중 삼중의 감시 체제하에서 자유를 찾아 망명을 신청했을 것이다. 즉 자유에 대한 그들의 외도(?)가 보위부원들에게 적발돼 본국으로 소환될 처지에 놓여 망명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의 극심한 감시가 이어져도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까지 막을 수는 없다. 북한 외교관, 공권원들은 북한 내에서와 마찬가지, 아니 보다 심한 감시를 받고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자유세계에서 보고 느낀 것은 그들로 하여금 목숨 건 탈출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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