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측 응원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입항한 모습. /사진=연합 |
북한 예술단 본진이 계획돼 있던 판문점이 아닌 만경봉호를 이용해 방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갑자기 육로가 아닌 항로를 이용하겠다는 속내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어젯밤(4일) 통지문을 통해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호 92호를 이용해 6일 방남하고 예술단의 숙식 장소로도 이용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북측이 방남 경로를 바꾼 이유에 대해 백 대변인은 “북측이 만경봉호를 타고 오는 것은 강릉 공연 기간 동안 숙식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측의 예술단 방남 경로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15일 열린 남북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예술단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통지문을 통해 예술단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하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북한은 당시에 판문점에서 경의선 육로로 경로를 바꾼 이유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만경보호를 이용한 방남 경로를 통보한 것에 대해 5·24 조치 완화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 및 영해 통과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항로를 통해 방남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의 육로, 항로, 항공로가 다 이용되는 셈이다.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이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이 이번에 만경봉호를 한국에 입항시키려는 것은 5·24 조치를 무력화 해보겠다는 명백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대북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남측에 보내고 있다”며 “만경봉호 입항을 통해 우리 정부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해야 하지만 북한의 올림픽 참여로 평화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이 상당히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박을 5박6일간 한국에 정박시킬 경우에 필요한 연료는 북측이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유 제공은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만경봉호 이용이 북한이 계획하고 있는 관광 지구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자국의 여객선인 만경봉호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을 모집한 바 있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건설을 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만경봉호 홍보를 통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5일 오전 11시 30분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삼지연 관현악단 등 북한 예술단은 오는 8일 오후 8시 강릉아트센터,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에서 2차례에 걸쳐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