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화인, 김정일 지시로 합숙훈련”

영화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영화 애호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가 북한 감독의 입을 통해 서방언론에 공개됐다.

북한의 공훈예술가인 장인학 감독은 지난 9월 열린 제11회 평양국제영화축전(17~26일)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자와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에 얽힌 김 위원장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장 감독은 먼저 “모든 이가 영화를 사랑하지만 경애하는 지도자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김 위원장을 “영화제작의 천재”라고 칭송했다.

장 감독은 또 몇 년 전 김 위원장의 명령으로 수십명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작가, 촬영감독들이 호텔에 마련된 ‘영화훈련소’에 모여 6개월간 200여편의 영화를 봤다고 전했다.

이들이 관람한 영화들 가운데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브레이브 하트’, ‘트로이’ 등 ‘미제 영화’도 있었다.

합숙소에서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본 뒤 영화제작 기술 등에 대한 각자의 소견을 담은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올렸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합숙소를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장 감독은 “우리에게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와 시나리오 구성과 연기, 편집 면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가끔 새벽 시간에도 전화를 걸어오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인민배우 홍영희도 평양국제영화축전의 한 행사로 열렸던 북한영화 시사회에서 자신이 주연한 ‘꽃파는 처녀'(1972년작)의 제작 당시를 회고하면서 김 위원장을 극찬했다.

홍영희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짚신을 어떻게 하면 잘 매는지와 연기와 분장, 소도구에 대해서도 꼼꼼히 지도해 주셨다”고 말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할리우드 영화광으로도 알려져 있다면서 평양에 250명의 직원이 24시간 상주하는 3층 높이의 빌딩에 2만편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영화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이번 영화제에 한국과 미국, 일본은 초대받지 못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영화가 상영돼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바깥세상을 어렴풋이 접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화제에는 12만장의 티켓이 팔렸으며 상영 중에는 제복을 입은 감시원이 극장문을 걸어잠근 채 관객을 지켜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국영화를 전공한 김석영 UC 샌타바버라대 교수는 IHT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영화를 권력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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