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사 사망, 北·中 외교문제 비화하나

북한이 지난 10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자국 영사가 살해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이번 사건이 북.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 외교관이 살해됐다면 그 자체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다 북측의 피살 주장은 자살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공안 당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측이 공개적으로 피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중국 공안 당국의 조치가 안이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만큼 중국 측은 이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북.중 간 특수 관계와 중국 거주 외교관의 사망이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꺼려왔다.


그러나 선양 외교가에서는 중국 공안 당국이 부검 결과 외상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지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선양의 한 외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 공안 관계자로부터 ‘부검 결과 타살로 볼만한 흔적이 없었고 그가 금전 문제로 얽혀 있었던 정황 등을 고려,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북한 측 주장은 중국 공안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양 외교가에서는 또 중국 공안의 이런 결론을 근거로 사망한 김 영사가 해외 도피를 추진하던 중 발각돼 자살했을 가능성과 중국 내 지하세력과 밀매를 하다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의 사망과 관련, 북한 선양총영사관 고위 관계자들의 문책성 소환설도 흘러나왔다.


북한 측이 북.중 간 민감한 사안임에도 이례적으로 김 영사의 사망에 대해 공개적으로 피살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공안 당국의 대처가 안이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중국 측의 이런 자살 결론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 영사의 사망과 관련,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일축하려는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도야 어떻든 김 영사 사망 사건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중국 공안 당국은 그동안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가 됐다.


외교가에 퍼진 것처럼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는지, 자살이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북한 측 주장대로 타살이 맞다면 사건 경위와 가해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는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놔야 할 상황이다.


북한 측 주장처럼 김 영사가 살해됐고 이미 확보된 시신의 신원 확인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 외국 외교관의 신변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국 공안으로서 그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부담도 안게 된다.


반면 살해됐다는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이 자살이라고 분명한 결론을 내리게 되면 사망 원인을 둘러싼 북.중간 양보할 수 없는 진실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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