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사릉 참배…참관지 논란 도화선되나

국내 노동단체 방북단 일부가 지난 5월 북한의 혁명열사릉을 참관하고 관계 당국이 이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남북 간 ‘참관지 자유방문’ 문제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남북 노동절 공동행사에 참가한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 방북단 150여명 가운데 50명 가량이 지난 5월 1일 평양 혁명열사릉을 참관, 이 중 4명이 헌화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적용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통일부가 지난 달 5일 노동절 공동행사에 지원하려던 남북협력기금 규모를 30% 가량 삭감하고 주도적으로 참배한 4명 등에 대해 1개월 방북 정지 조치를 취했지만 사법처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경우 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가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도 2개월 만에 관련 조치를 취한데다 참관자 비율에 맞춰 행사지원금의 30%를 깎기는 했지만 남북협력기금 일부를 지원했다는 점도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사안은 북측이 작년 12월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시작으로 지난 달 11∼13일 제19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장관급회담의 핵심 의제로 계속 제기한 참관지 제한의 철폐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이는 곧 상대측 지역을 방문하는 자기측 인원에 대해 참관지 자유방문을 허용하라는 요구다.

북측은 특히 지난 달 12일 장관급회담 전체회의에서 상대방의 체제와 존엄을 상징하는 성지(聖地)와 명소, 참관지들을 제한없이 방문토록 할 것을 주장하면서 평양에서 열리는 8.15 평양통일대축전 때 ‘남측 대표단’의 성지 방문을 사실상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해 8.15 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북측 당국·민간 대표단이 우리측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것에 대한 우리측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북측은 지난 6월 광주에서 열린 6.15행사 때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사실상 방문을 제한하고 있는 참관지는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신미리 애국열사릉,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등 3곳 정도로,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체제의 상징성 크기로 따지면 금수산기념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의 순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방북교육을 할 때 이들 장소를 방문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은 상황에 따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협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관 자체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2001년 8.15 행사 때 방북했던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가 김 주석 생가인 만경대에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고 쓰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8월에는 민주노동당 김헤경 대표가 애국열사릉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잠시 논란이 됐다가 그냥 넘어간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정부 당국이 헌화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한 4명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나머지는 단순 참관자인 만큼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4명의 경우에도 국보법의 찬양고무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참관을 하게 된 배경과 의도 등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참배했는지 여부가 잣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동단체측은 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참관한 게 아니라 정해진 코스를 따라 이동하다가 ‘우발적’으로 가게 됐다는 입장이어서 이른바 ‘범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부측은 사전 방북교육과 평양 현지에서 혁명열사릉 참관을 말렸다고 설명하는 반면 노동단체 쪽에서는 “정부측 관계자들이 혁명열사릉 참관 당시 노동계 지도부측에 참관 중단 요청을 정식으로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일이 참관지 자유방문 문제를 놓고 국내적인 공방을 촉발시키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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