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행 만화가 “주민들은 거품속에 살아”

▲ ‘평양, 북한에서의 여행’ 만화책

프랑스계 캐나다인 만화가 기 들릴(Guy Delisle)씨가 북한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양, 북한에서의 여행’이란 만화책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2001년 외국의 많은 회사들이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활용한 만화영화 하청작업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프랑스 만화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는 들릴씨도 지난 2001년 만화영화제작을 위해 북한에 두 달간 머물렀다.

들릴씨는 22일 RFA(자유아시아방송)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있던 기간 내내 북한 사람들 모두 전쟁이 일어날까봐 벌벌 떨고 있었다”며 “특히 북한정권은 전쟁이 곧 일어 날 것이라며 주민들을 계속 세뇌했다”고 북한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그는 “신문과 텔레비전, 영화 등 모든 북한매체가 전쟁에 대해 떠들어 댔다”며 “한 두 달 있으니까 나 자신도 진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들릴씨가 북한으로 가기 전, 회사 측에서는 북한에서 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 그리고 지켜야 할 사항들을 적은 두 장의 종이를 줬다. 그 안에는 핸드폰이나 도색 잡지, 라디오를 가져가지 말라는 것도 적혀 있었다.

철저한 정보통제, 거품속에 사는 北 주민

그러나 들릴씨는 북한에 들어갈 때 소형 라디오를 몰래 소지했다. “전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한 탈북자가 몰래 남한 방송을 듣다가 누군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죽기 살기로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래서 나도 한번 라디오를 가져가 북한에서 해외방송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들릴씨는 “그러나 북한에는 단 한 개의 채널밖에 없어서 그 많은 주파수 중에 내가 들을 수 있는 방송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며 “모든 정보가 다 정권을 위한 방송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이 으스스한 도시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마치 거품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외국 방송을 들었다는 북한 사람들은 아마 단파 방송을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방문해봤지만, 한번도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면서 “현재 머물고 있는 버마에서도 영국방송인 BBC, 미국 뉴스 전문방송인 CNN, 그리고 여러 프랑스 방송을 듣거나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만화에는 들릴씨가 북한 통역사한테 북한의 장애인에 대해 묻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가 어느 날 평양 거리를 걷고 있는데, 거리가 너무 깨끗하고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밖에 없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휠체어에 탄 사람이나 구걸하는 거지들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 그가 통역한테 물어봤더니 북한에는 장애인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혁명의 수도’ 평양에는 장애인들이 살 수 없으며, 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 축전을 계기로 평양거주 장애인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강제이주 됐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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