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자축구 대표, ‘애국가’ 나오자 제창…매우 이례적

16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C조 조별리그 1차전 북한과 베트남 경기 시작에 앞서 다소 이색적인 광경이 목격됐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FIFA에서 강조하는 정신인 ‘페어플레이기’가 등장했고, 이어 양국 국기와 선수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장내 아나운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애국가가 있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반주가 흘러나오자, 북한 여자축구 대표 선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북한 애국가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47년 6월에 만들어졌으며, 월북시인 박세영 작사, 광산 노동자 출신 김원균 작곡으로 2절로 돼 있다.

북한은 국가 간 공식 스포츠 행사에서 애국가를 사용해왔지만, 이번처럼 선수들 모두가 따라 부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국제경기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이 우승을 했을 때 인공기가 게양되고, 북한의 ‘애국가’ 반주가 나올 때도 따라 부르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은 국내 정치행사에서 대부분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등 김정은 일족(一族)을 칭송하는 노래를 불러 ‘애국가’를 대표 선수들이나 대부분의 주민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작년 모란봉악단 공연에 이어 올해 5월 김정은 부부가 참가한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악단 축하공연’에서도 애국가가 등장했다.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이 애국가를 끝까지 제창한 것은 내부행사에서 애국가가 간헐적으로 불려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시대의 변화된 모습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면서 정상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16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장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 제창을 하고 있다. /강미진 기자

애국가가 불리는 동안 중계 카메라가 앞을 지나가도 선수들은 어색한 표정 없이 끝까지 따라 불렀다. 애국가가 끝나자 바로 능숙한 자세를 취하며 단체사진 촬영에 임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베트남을 5-0으로 대파했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8년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