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도시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에 대한 통제를 공식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8월부터 여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국가 승인이 떨어졌다”면서 “백성들은 ‘아버지(김정일)가 만든 벌칙을 그 아들이 대담하게 해제했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부터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보안원(경찰), 교통보안원, 각종 규찰대 들이 여성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단속해왔다.
오극렬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앙당 6부 부장(작전부장)에 재임중이던 당시 그의 딸 오혜영이 평양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일반 주민도 아닌 중앙당 부장의 딸이 평양 시내에서 자전거 사고로 즉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여성들은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때부터 북한은 자전거 ‘운행질서법’을 만들어 자전거의 차도 운행을 금지하는 한편 인도에 2m 너비의 자전거 길을 조성했다. 특히 자전거도 등록제로 바꾸며 번호판을 달도록 했다. 평양에서는 자전거 뒷편 보조석에 과도한 짐을 싣거나 사람을 태우는 것도 금지됐다.
평양에서는 각 지역 인민보안소에 ‘노동자 교통질서 규찰대’를 두고 자전거 단속을 벌였다. 단속에 걸릴 경우 현장에서 1천 원~5천 원 사이의 벌금을 물거나, 심하면 자전거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농촌지방에서는 2000년대부터 상대적으로 단속이 약해졌지만, 중앙당의 지시에 따른 특별단속 기간에는 도시와 마찬가지로 벌금이나 압수 등 조치가 있어 왔다.
김정일이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 금지를 지시하자 당시 조선중앙TV 등에서는 황당한 주민교양용 선전물을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사회교통질서를 자각적으로 지키며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꽃피우자’는 제목의 선전영상에서는 여성들이 치마를 펄럭거리며 자전거 타는 것을 “사회주의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여성들은 갑작스러운 정황에 대처하는 ‘정황처리능력’ 부족해 순간적으로 당황하기 때문에 큰 사고를 유발시킨다”는 의사들의 ‘전문가 분석’도 이어졌다.
현재 북한에서 자전거는 한국의 승용차와 같은 생필품이다. 그러나 북한 자체 생산 자전거는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 일본산 중고품이나 중국산 수입품들이다.
일단 중고품이라도 일본산 자전가가 제일 가격이 높다. 여기에 페달과 체인을 덮는 커버의 형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페달과 체인을 완전히 덮어 체인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커버(완커버)가 달린 것이 체인과 페달 윗부분만 덮는 ‘쪽커버’ 형태보다 비싸다. ‘완커버’인 경우 100달러를 넘기도 하나, ‘쪽커버’인 경우엔 절반 값 정도 밖에 안된다. 멋쟁이 20대 남성들은 쪽커버를 타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쪽커버를 잘못 탔다가는 바지 아랫단에 체인 기름이 묻을 때가 많다.
최근 북한에서는 각 가정에 1대씩 자전거를 보유할 정도로 보급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전거에 50~100kg 정도의 짐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일종의 ‘생계수단’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자전거 도둑도 많아 종합시장 입구 마다 돈을 받고 자전거를 지켜주는 ‘자전거보관소’도 성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