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성, 식량난에 ‘꽃’에서 황소’로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노래가 식량난 이후 ’여성은 황소라네’라는 가사로 바뀌어 불리기도 했다.”

임순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숙명여대 통일문제연구소가 주최한 ’경제난 발생 이후 북한 체제 변화와 전망’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식량난 이후 열악해진 북한 여성의 지위를 탈북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임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빈곤지역의 기근으로 인한 일차적 희생자는 여성이고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며 “경제난 과정에서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의 사회화 시책이 축소되고 가정에서 가사와 양육분담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은 과도한 노동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부양을 떠맡은 북한 여성들이 식량을 구하거나 장사를 하기 위해 장거리에 나섰으며 대체식품 마련을 위해 산과 들에 나가 산나물, 풀뿌리, 나무껍질 등을 채취하고 산비탈을 개간한 뙈기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력난까지 겹쳐 수돗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을 길어 날라야 했으며 고층아파트 입주자들은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아 20∼30층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등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 여성들이 가족 생계 부양을 위한 장사, 가내작업, 가축 기르기, 텃밭 경작 등은 물론 심지어 외화벌이나 매춘 등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같이 1990년대 중반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북한 여성의 생활과 의식에도 많은 변화와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북한 여성들은 경제난 악화로 기업소나 공장 등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남성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함에 따라 생계유지 부담을 더욱 크게 떠안게 됐으며 더 이상 ’꽃’이 아닌 ’황소’로 변해갔다는 것.

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가정에서 장사와 부부간 협업 내지 남성의 가사 돕기 현상이 증가하고 여성의 발언권이 보다 강화됐다”며 “일부 여성들은 부를 축적해 경제적인 자립도를 높이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남성중심 생활의식이나 성별 역할분담 의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채 가부장적 생활방식이 남아있어 여성들의 고달픔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의 식량난은 여성에게 가족부양의 책임을 떠맡겼으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과도한 노동과 건강악화, 성폭력 등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생계유지 수단으로서 자신의 몸을 도구화하는 상황에까지 놓여졌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아울러 “북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살아가면서도 맹목적으로 희생적인 삶에 자신을 매몰시키려 하지 않는 자아의식도 싹트고 있다”며 “이혼 증가, 출산 기피, 독신 선호 등으로 이런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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