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성, 시선 피해 야밤에 수영해도 돌팔매질 당해

이른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새로 구입한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한방 날리고 나니 북한에서 보냈던 여름이 생각난다. 장마당 덕분에 어지간한 주민들은 중국제 선풍기를 구입하지만 전기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기자도 폭염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더위 먹지 않겠다고 손수건을 물에 적셔 머리에 얹고 따가운 햇볕을 피하며 여름과 싸웠다.

자전거를 타고 평안도 대동강변을 가다보면 시원히 벗고 목욕하는 남성들이 왜 그렇게 부럽던지 지금 생각하면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대동강변에 멱을 감는 여자는 없었다. 여자는 왜 남자처럼 대동강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기자도 한번쯤 대동강에서 시원히 수영해보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대동강이나 개천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정확히 분리된다. 남자는 유유히 수영 하거나 낚시질을 하고, 여자들은 빨래함지를 옆에 놓고 돌판에 퍼덕이고 앉아 빨래를 헹구면서 더위를 물리친다. 간혹 수영하는 남자들이 부러워 옷을 입은 채 대동강에 들어가는 여성, ‘뭐가 무서워 옷을 입고 수영하냐’며 훌러덩 웃을 벗어던지는 대담한 여성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냥 빨래는 헹구며 더위를 이겨낸다.

평양을 비롯한 원산, 함흥 해수욕장이라면 여성들도 시원한 비키니로 수영을 해볼 수 있다지만 이것은 돈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사치한 여름문화다. 또 이동의 자유도 없으니 수영 몇번 하려고 여행증 떼고 간다는 건 평민으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 캄캄한 야밤이 여자들 세상이다. 남성들과 같은 자유를 만끽하는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이때만큼은 아주 해맑기도 하다. 야밤이기 때문에 남의 시선 아랑곳없이 너도 나도 물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웃음도 한순간이다. 무리지어 수영하고 있는 여자들 속에 어디선가 돌이 연속 첨벙 날아온다. 운이 좋아 안 맞으면 다행이지만 운이 나쁜 여성들은 어김없이 머리며 어깨며 돌멩이에 맞아 비명을 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성들의 비명에 쾌락에 가까운 남성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때 기자는 여자로 태어난 수치로 큰 소리를 외치곤 했다. 무더위까지 왜 여성이라는 존재를 서럽게 만드는 것인지 캄캄한 허공속에서 북한 남성들을 욕하곤 한다. 생계를 위해 불철주야 장사 등을 해야 하는 팍팍한 생활인데, 시선을 피한 야밤의 일탈(?)도 남성들의 이러한 심통에 제대로 즐길 수조차도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 해수욕장에서 여름을 즐기고, 실내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날릴 때면 북한에서 성차별당하며 더위에 시달렸던 날들이 아릿한 추억으로 되새겨진다. 지금도 더위속에서 여전히 차별당하고 있을 북한 여성들이 기자의 마음에 못처럼 박혀진다. 

“왜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당당하게 수영을 하지 못하는가, 외국에서는 이것도 여성권리라고 시위한다”고 말하던 북한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무더운 폭염속에서 북한 여성들 누구나 시원하게 수영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