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제2 고난의 행군’ 가능성 있나

“북한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대규모 기근이 발생할 수 있을 까.”

북한의 식량상황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 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북한 식량상황 평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북한에 식량난이 닥치더라도 1990년대와 같은 대규모 기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모작 확대 등을 통한 자체 식량생산능력 향상과 시장 기능의 확대 등 북한의 내부 사정이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과는 달리 현재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제한적으로라도 식량을 살 수 있고 북한주민들도 배급에 의존해서만은 안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식량을 일부 비축해두고 있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중반에는 갑작스런 배급시스템 붕괴로 주민들이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찾지 못했지만 현재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식량을 구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시장은 자본주의 시장과 차이가 있고 공급과 수요가 모두 적은 전형적인 ‘엷은 시장(thin market)’이기 때문에 수급 안정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권 위원은 지적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올해의 경우 지난해 수해로 곡물생산량이 크게 준데다 대북 식량지원 감소, 국제곡물 가격 급등, 중국의 식량 수출할당제 등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장메커니즘까지 위협받고 있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시장의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급제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쌀을 살 돈도 없는 취약계층은 특히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대규모 기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식량 공급 부족과 북한 당국의 시장통제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 식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식량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권 위원 역시 “북한 내 시장의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많다”며 “가을 수확기까지 상업적 수입이 대폭 증가하거나 외부 지원에 의해 식량이 추가로 공급되지 않으면 아사자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지배계층과 평양시민 등 특수계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장사나 뙈기밭 운영 등을 통해 식량을 확보해 놓기 때문에 곡물가격 급등이나 대외지원은 대다수의 주민들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시장에서 쌀을 사먹는 사람은 간부계층이나 중산층이어서 쌀 가격 급등은 이들의 위기이지 하층민은 아무 상관이 없다”며 “하층민은 오히려 뙈기밭 경작으로 쌀을 비축해서 쌀 가격이 오르면 재미를 볼 수 있으며, 이미 생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