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양식 수매상점 등장..쌀 시장거래 공식화

북한이 작년 말부터 수매상점을 통한 쌀거래를 허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그간 배급제를 근간으로 운영돼온 국가 주도의 양곡유통 원칙이 사실상 깨지고 북한 정부가 시장 기능을 통한 쌀거래를 일정 수준에서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선양(瀋陽)의 한 대북소식통은 9일 “작년 말부터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양식 수매상점이 등장하기 시작해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쌀과 옥수수도 수매상점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대북소식통도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이 배급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자 작년부터 각 시도 상업국이 운영하는 국영상점에서 양곡을 소매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으며 현재는 옥수수는 물론이고 쌀도 거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수매상점은 국가에 납부금을 내는 조건으로 양곡거래를 허가받은 국영상점으로 국가 또는 농촌에서 직접 쌀을 구매해 국가에서 고시한 가격기준에 따라 쌀을 판매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면서 2003년 2월 기존의 농민시장(장마당)을 양성화한 종합시장을 개설, 개인들이 시 상업국으로부터 매대를 임대해 각종 공산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공산품이 아닌 양곡에 대해서는 잠시 거래를 허용했다 금지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계속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북한 당국은 양식 수매상점이 외화를 가지고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은 암시장에서 곡물거래를 근절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5년 9월 양식 수매상점과 비슷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 수매상점이 이전까지 국가에서 전담해왔던 양곡 수매기능을 갖게 되면서 지난 2002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돼왔던 개인영농제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북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의 도입 배경에 대해 “배급 중심의 양곡유통 경로를 다양화함으로써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가격을 조절하려는 목적에서 취해진 것”이라며 “실제 양식 수매상점에서는 국가 고시가격보다는 높지만 암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쌀이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농민으로부터 수매하는 쌀 가격은 1㎏에 40원, 이를 다시 주민에게 배급하는 국가 고시가격은 44원이지만 현재 암시장에서는 이보다 20배 높은 800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양식 수매상점은 그간 쌀과 강냉이 배급을 담당했던 양정사업소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양식 외에는 취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식수매상점의 등장은 암시장에서 이뤄져 왔던 쌀 유통을 제도권 내부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를 지닌 것”이라며 “북한이 수매상점에서 공산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와 마찬가지로 계획경제의 요소 중 하나인 국영상점들이 점차 시장화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