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미래를 심는 ㈜신원 강의석 부장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때면 항상 통일주의자가 되고 민족주의자가 되지요.”

개성공단에 1공장에 이어 2, 3공장을 잇달아 준공해 북한 노동자들의 손재주로 옷을 만들어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을 총괄하는 ㈜신원의 강의석 내수지원부장은 사업 20여 개월 동안 북한과 북한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푹 빠졌다.

한 달에 4∼5회씩은 꼭 개성을 방문한다는 강 부장은 “우리 회사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현지법인이 있지만 개성공장이 최고”라며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친구들의 손재주는 물론이고 책임감과 주인의식은 다른 어떤 공장에서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은 9.9절이라는 북한의 정권수립일로 북한 주민들이 모두 쉬는 공휴일. 신원의 개성공단 직원들은 9일 날 쉬는 대신 자발적으로 나서 8일 야근을 해가며 주어진 책임량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강 부장을 감동시켰단다.

처음에는 남쪽에서 가져다 주는 원단과 지시한 공정대로 로봇처럼 움직이던 북한 근로자들이 이제는 남쪽에서 공급받는 원단의 문제점 등을 발견해 “회사가 잘되려면 이런 원단으로 옷을 만들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애사심을 보이기도 한다.

강 부장은 “이제 개성공장의 기술수준은 중국 공장을 넘어서 남한 공장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불량률도 거의 없고 신원의 5개 브랜드 중 개성에서 생산되는 2개 이외의 브랜드도 서로 개성에서 생산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행복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남쪽 공장의 생산율이 100이고 중국 공장의 생산율이 80이면 20여 개월 전 50 정도였던 개성공장의 생산율이 거의 95까지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북측 노동자들이 어떻게 남쪽의 기업과 하나가 돼 이처럼 빠르게 생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
공장을 가동하면서 개성에 파견돼 있는 신원의 남쪽 직원들은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에 정문에서 북측 근로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스킨십을 나눴고 샤워실을 제공하고 각 직장장에게 체온계와 혈압계를 나눠줘 건강도 돌볼 수 있도록 했다.

남쪽에서도 전 직원의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신원은 북쪽 근로자들을 위해 500석의 식당도 마련했지만 북측 근로자들이 자체적으로 점심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만큼 밥과 함께 먹을 따뜻한 국과 야근자를 위한 식사를 마련해 제공하고 있고 각종 명절에는 과일과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젠 북쪽의 노동자들이 신원이라는 남쪽의 기업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단다.

북한 근로자들은 남쪽으로 보내질 짧은 치마와 속이 비치는 시스루 형태의 옷을 보면서 “망측스럽게 어떻게 이런 옷을 입느냐”며 “남쪽 여자들은 민망하지도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개성공단 현지의 홍보실에 차려놓은 마네킹의 노랗고 파란 색의 머리카락색을 보면서 “조선사람이 어떻게 이런 머리를 하느냐”고 혀를 차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근로자들이 완성된 여성복을 몸에 대보면서 “참 곱다”고 말할 정도로 문화적 격차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북측 노동자들과 동고동락 속에 신원의 개성공장은 예상 수준보다도 빠르게 수익을 올리며 2, 3공장을 지어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미래를 묻는 질문에 강 부장은 “기업이 두 번째, 세 번째 공장을 지을 때는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섰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분명 개성공단은 저렴한 임금과 뛰어난 북측 노동자의 기술력 등 장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내수를 총괄하고 있는 강 부장의 새로운 고민거리는 신원의 주가.
강 부장은 “신원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4%에 불과한데도 우리 회사의 주식이 ’대북주’로 분류돼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설이 나올 때마다 곤두박질 친다”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그는 “민간기업으로서 통일 같은 거창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며 “신원을 통해 북한이 기술을 배우면서 돈을 벌어 미래를 준비하고 신원은 북한의 노동자들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상생을 해나갈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