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3차 미·북 대화를 앞두고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2일 베이징에 도착, 기자회견에서 “모든 당사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하지만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6자회담 재개는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측 회담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21일) “우리는 기다릴 것”이라며 미측에 공을 넘긴 것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회담시작 전부터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북한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사인을 원한다”면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서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약속했던 사항들을 지킬 자세가 돼 있는지를 보고자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가 이번 회담의 성과 도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입장인 셈이다.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이 요구하는 30만t 곡물지원과 관련, “우리 입장은 북한 주민의 복지에 관한 깊은 관심과 영양지원 수요에 대한 기술적 평가에 기반해 지원하겠다는 것”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영양지원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함께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기간에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회담 전망에 대해 “우리는 이를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라고 규정했다. 늘 그랬듯이 새로운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cautiously optimistic)’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북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6자회담 재개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하면 언제든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조속한 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상당기간 대화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 게 대체적 분석이다. 다만, 양측이 김정일 사망 전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수준에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면 후속 대화를 통한 타결을 기대할 수 있다.
미북은 작년 김정일 사망 전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대가로 24만t 규모의 대북영양지원을 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김정일의 급사로 회담이 취소됐고, 2개월이 지나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