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仁術 심는 그린닥터스 정근 사무총장

“의사의 임무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아픈 이를 치료하는 데는 국경이 있을 수 없죠.”

그동안 개성공단에 남측 의료진이 상주하는 병원을 운영해온 그린닥터스는 오는 11일부터 남북한 의료인이 함께 진료를 하는 ’개성공업지구 협력병원’을 설치해 본격적인 남북 의료협력시대를 연다.

부산에서 서면메디컬 정근안과병원을 운영하면서 시간을 쪼개 북한을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국내에서 재원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정근 사무총장은 “남북한 의료진이 함께 진료를 하게 된 것은 의료부문에서 남북한 철도가 연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용어나 의료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제 개성병원을 통해 차이를 줄이고 북측에 많은 의학지식이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의료진으로 선정된 그린닥터스는 사업 초기 “왜 영어로 이름을 쓰느냐”는 북한의 편견 때문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북한의 아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가 남북한 공동진료로 이어졌다.

북한 사람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계기는 연탄가스 중독.

남한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연탄이지만 북한에서 주요 난방수단은 연탄이었고 2005년 4월 북한 주민들이 연탄가스 중독에 시달릴 때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개성시민들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정 사무총장은 “북측에서는 고압산소가 없어서 가스 중독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고압산소를 갖춘 개성병원이 나서서 환자들을 치료했다”며 “개성병원에서는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병원문을 두드리는 북한 주민들을 성심껏 치료했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북한의 고위관료도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쓰러져 개성공단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뒤 아무런 후유증 없이 완쾌했다는 후문이다.

또 그린닥터스는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 항생제 지원사업을 벌였다.

의사들로 구성된 그린닥터스는 국내의 제약회사로부터 최상품의 항생제를 지원받아 그동안 200만 달러 상당의 물량을 북측에 제공했다.

정근 사무총장은 “개성병원을 통해서 북한에 어떤 의약품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었던 만큼 우리가 지원한 약품들은 북한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병원에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상의 의약품들만 구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측의 고위층에까지 그린닥터스가 제공한 항생제가 아주 좋다는 입소문이 들어가면서 이 단체에 대한 북측의 호감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린닥터스의 국경을 넘은 인술은 북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심지어 그린닥터스 관계자들은 북측으로부터 ’접대’까지 받았다고 정 사무총장은 귀띔했다.

북측의 고위 관계자들은 각종 산해진미를 한 상 차려 놓고 “북측의 음식은 전부 자연산이라서 맛있을 것”이라며 이 단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며 “아마 북측에서 접대를 받은 것은 우리 단체가 유일할 것”이라고 정근 사무총장은 자랑했다.

남북한 의료진이 합동으로 근무하게 되는 개성병원 개원을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한 그는 “개성지역에 종합병원이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지고 평양에도 종합병원이 만들어져 남측 의사들이 상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커질 병원의 체계적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은 항상 고민거리.

정근 사무총장은 “현재 임원과 봉사자들이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병원 규모가 커지고 남북 의료진 합동근무, 모든 진료의 무료 서비스 등으로 의약품도 많이 필요하고 운영경비도 상당히 들고 있다”며 “앞으로 통일부의 지원과 많은 분들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퍼주기’ 여론에 대해 “전쟁지역에서도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며 “북쪽 사람들은 우리의 동포이고 언젠가 통일이 되면 같은 국민이라는 점에서 북쪽에서 치료를 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뿌듯한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작년 9월 의료인 500여 명이 모여 중국,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의료진의 손길이 다가가지 않는 곳을 찾아 ’실크로드 의료대장정’을 벌이는 등 해외의료취약지역에서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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